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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연기금 투자풀 최종 탈락…증권사는 아직 멀었나
제도 개편 후 증권사 중 첫 도전
2위 삼성자산운용과 단 0.83점 차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기획재정부 투자풀운영위원회의 심의 결과 연기금 투자풀 운용 주관사 선정에서 기존 자산운용사들과 경쟁해 탈락했다. /더팩트 DB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기획재정부 투자풀운영위원회의 심의 결과 연기금 투자풀 운용 주관사 선정에서 기존 자산운용사들과 경쟁해 탈락했다. /더팩트 DB

[더팩트|이한림 기자] 정부가 금융투자업계를 대상으로 향후 4년간 연기금 투자풀을 운용할 주관사 선정을 마쳤으나 이변은 없었다. 올해부터 경쟁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도 주관사 입찰이 가능해지면서 연기금 투자풀 1호 증권사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쏠렸지만, 기존에 선정됐던 자산운용사만 다시 이름을 올리면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8일 투자풀운영위원회를 열고 앞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을 내년부터 오는 2029년까지 연기금 투자풀 운용 주관사로 선정한 결과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2회 연속 선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22년 연기금 투자풀 운용 주관사로 선정돼 올해까지 운용을 맡았다. 이번 주관사 선정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95.18점으로 1위, 삼성자산운용이 93.82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눈여겨볼 점은 KB증권의 탈락이다. KB증권은 이번 연기금 투자풀 운용 주관사에 증권사 중 최초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92.99점에 그쳐 고배를 마셨다. KB증권은 연기금 투자풀 운용 주관사 탈락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8월 일반사모집합투자업을 신규 등록하고 연기금 투자풀 입찰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이게 됐다.

반면 이번 연기금 투자풀 운용 주관사 선정 결과를 두고 증권사의 신규 시장 진입이 시기상조였다는 시각도 있다. 기존 운용사를 맡던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경험적 우위뿐만 아니라 증권사 특유의 브로커리지 중심의 사업 구조가 연기금이나 공공기관 등의 여유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 투자풀 운용사로서 어울리지 않다는 해석이다.

연기금 투자풀은 공적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가장 최우선 역량으로 꼽힌다. 이에 자산 배분이나 리스크 관리 역량 등에서 자산운용사가 증권사보다 앞서는 구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자산운용사들은 펀드를 통한 재간접투자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하나 증권사는 고유자산 운용 외에도 위탁매매, 자기매매 등을 해야하므로 고객과 이해 상충 문제도 얽혀있다.

연기금 투자풀 운용 주관사에 첫 도전한 KB증권은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2위 삼성자산운용과 점수 차이가 단 0.83점에 불과하면서 존재감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팩트 DB
연기금 투자풀 운용 주관사에 첫 도전한 KB증권은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2위 삼성자산운용과 점수 차이가 단 0.83점에 불과하면서 존재감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팩트 DB

제도가 개편됐으나 여전히 자산운용사에 유리하다는 견해도 뒤따른다. 당국이 자산운용사만의 장이 되지 않게 하는 차원에서 일반 사모집합투자업 등록을 마친 증권사를 대상으로 입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으나 평가 기준이나 인프라 요건 등 세부 내용이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기금을 운용하는 전담팀이나 시스템 구축 등 평가에서 밀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도 이번 주관사 선정에서 1위를 기록한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대해 "적극적 전담 인력 확충 등 투자풀 제도 발전을 위한 개선 사항을 제시해 다수 항목에서 1위를 득점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연기금에 대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공공기관이나 공직유관단체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 마케팅과 자문활동을 통해 거래기관 수와 예탁 규모를 확대한 게 주효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병성 미래에셋운용 기관플랫폼 대표는 "1위로 주간운용사에 재선정된 것은 지난 4년간의 꾸준한 혁신과 제도 기여 노력이 인정받은 결과"라며 "단순한 자산운용사를 넘어 예탁기관 여유자금 운용을 함께 책임지는 파트너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산운용사의 전유물로 꼽히던 연기금 투자풀이 증권사가 참가해 존재감을 보였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이도 적지 않다. 실제로 3위 KB증권과 2위 삼성자산운용의 점수 차가 1점 차도 나지 않았고, 증권사의 입찰 참여는 특정 운용사 중심의 굳어진 시장 구조를 탈피하려는 정부의 의지와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기금형 퇴직연금 시대를 맞아 향후 외부위탁운용(OCIO) 역량을 강화하려는 증권사들이 5년 뒤 입찰 준비를 철저히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투자풀을 운용할 전문 인력이나 경험, 안정성 등 분야에서 이미 수년간 운용 인프라를 갖춰온 기존 운용사들보다 밀린 것"이라면서도 "정관 변경까지 하면서 의지를 보인 KB증권도 이번 연기금 투자풀 입찰 과정에서 전국 지점망을 활용한 제도 발전 방안을 제시하면서 투자풀 지원 항목 등 다양한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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