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1.25조 소각, 1.1조 배당
KB·우리도 '비이자 축' 강화하며 환원 확대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손쉬운 이자장사' 비판 이후 금융지주들이 이익 구조 다변화와 주주환원 상수화로 답하고 있다. 8월 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과의 첫 간담회에서 소비자 보호와 생산적 금융 전환을 주문한 뒤 지주들은 배당·자사주 정책을 앞세우고 수수료·WM·IB·보험 등 비은행 축을 키우는 흐름을 분명히 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5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사상 최대 기록이다.
'리딩금융' 자리를 굳건히 한 KB금융지주는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 5조12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했다. 누적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3.83%로 집계됐다. KB금융은 "잉여자본은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는 이사회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신한금융지주는 1~3분기 누적 순이익 4조460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자본시장(IB) 중심의 자원 배분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하며, 이자이익 감소를 비이자이익으로 메우는 전환기 전략이 부각됐다. CET1 비율은 13.56%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3조4334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증가 폭은 둔화됐다. "환원율 50% 조기 달성"을 공식 명시하며 그룹 차원의 주주환원 정책 이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CET1 비율은 13.3%다.
우리금융지주는 전년 대비 5.1% 증가한 2조7964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CET1 비율이 12.9%로 자본 여력은 타 지주 대비 낮은 수준이다. 동양·ABL생명 편입에 따른 자본 확충이 마무리되면 내년 이후 환원 속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8월 28일 은행장 간담회를 통해 "담보·보증 위주의 손쉬운 이자수익에 치중해선 안 된다"며 소비자 보호를 흔들림 없는 대원칙으로 삼겠다고 못 박았다.
예대마진 의존에서 벗어나 생산적 자금배분과 내부통제 강화, 이해가능한 환원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동시에 요구한 것이다. 금리 인하 기조와 가계대출 정체가 맞물리며 이자 중심의 수익 구조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후 시장에선 "이익의 절반을 주주에게"라는 신호가 빠르게 확산됐고, 주요 지주들의 연간 환원율은 '50%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10월 말 이사회에서 1500억원 규모 자사주 추가 매입·소각과 분기배당 920원을 결의했다. 올해 집행한 자사주 매입 누계와 합치면 주주환원 1조8000억원대로 그룹 출범 이후 최대다. 하나금융 측은 주주환원율 50% 조기 달성을 공식화하며 환원 '상수화'를 선언했다. 실적 표면도 이를 뒷받침한다. 3분기 누적 순익과 함께 수수료·매매평가익이 확대되며 비이자이익(2조259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2.2%(2210억원)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연내 자사주 소각 1조2500억원과 현금배당 1조1000억 원 계획을 병행한다.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도 전년 대비 플러스를 유지해 자본시장·수탁·자산관리 축의 체력 보강을 확인했다. 3분기까지 3조1692억원의 비이자이익을 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가량 증가한 수치다. 올해 주주환원 총액 2조3500억원 수준이 거론되며, 연내 '역대 최대 환원' 타이틀이 유력하다.
KB금융도 배당+자사주 매입·소각의 비중을 높이며 연간 환원율 50% 이상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 실적·자본 여력이 개선되는 가운데 비은행 이익 비중을 키워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비은행 부문이 누적 순이익의 약 37%를 차지해 이익 포트폴리오 다변화 유지했다. 증권·은행·보험·카드의 균형과 더불어 순수수료이익 증가로 비이자 축의 내구성을 강화했다. 순수수료이익은 총 2조9524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5% 증가했다. 3분기 누적 그룹 비이자이익은 3조73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우리금융 역시 보험사 편입 효과와 함께 비이자이익의 점진적 확대를 확인시켰다. 3분기 실적 공시에 따르면 누적 순익이 증가했고, 비은행 부문의 기여가 넓어지며 '단일 은행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은행 WM·카드·캐피탈 부문 영업력 강화와 보험 손익 반영으로 비이자이익도 전 분기 대비 5.3% 늘어났다.

특히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은 이자·비이자 동반 성장으로 요약된다. 예대마진이 둔화되는 국면에서도 수수료·WM·IB·보험이 받쳐 주며 3분기 합산 5조4863억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분기 합산 순익이 5조원대 중반을 기록했다는 점이 상징적이다. 이는 정책·감독의 압박(소비자 보호·생산적 금융)과 시장의 요구(밸류업·환원)가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숙제도 남아 있다. 우선 환원의 '지속 가능성'이다. 일회성 매각·평가익에 의존한 환원은 자칫 역풍을 부를 수 있다. 비이자이익의 질적 구성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특히 WM·연금·수탁 수수료와 해외 IB·외환의 변동성을 어떻게 다룰지가 관건이다.
내부통제·소비자보호 핵심성과지표(KPI)의 실체화도 과제다. 불완전판매·전자금융사고 등 소비자 피해에 대해 선제적 통제와 사후구제가 숫자로 증명돼야 환원이 정당성을 얻는다는 해석이다.
자본정책과 성장투자의 균형도 잘 잡아야 한다. CET1을 일정 수준 이상 관리하면서 생산적 금융(중소·신산업, 모험자본)을 실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자본적정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CET1비율은 4대 금융 평균 13.40%로 안정적 수준이다.
4대 금융이 올 연말까지 18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순익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18조462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6조5268억원에서 1조9353억원(11.7%) 늘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체크 포인트는 50% 룰의 지속성"이라며 "WM·연금·수탁 수수료가 분기 변동성을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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