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맛있는 거 먹는 이런 게 행복 아니겠나"
[더팩트ㅣ삼성동=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깐부치킨 매장에서 15년 만에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을 나누며 'AI 우정'을 쌓았다.
이날 깐부치킨 매장 주위는 취재진과 수백명의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후 7시 10분쯤 세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곳곳에서 "와"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황 CEO는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었고,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캐쥬얼한 옷차림으로 회동 자리에 참석했다.
황 CEO는 매장 입장 전 "방금 한국에 도착했지만 많은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내일(31일) APEC에서 대통령과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많은 발표를 준비했고 엔비디아도 훌륭한 파트너들과 함께 여러 발표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 장소로 깐부치킨을 택한 것은 황 CEO의 결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에서는 'AI 깐부'라는 의미를 더욱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깐부는 친한 친구나 동료, 동반자를 뜻하는 은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즌1에서 "우리는 깐부잖아"라는 대사가 나온 뒤 널리 알려졌다. 황 CEO는 해외 출장 일정 때마다 현지 다양한 식당을 방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황 CEO는 '깐부의 뜻을 아느냐'는 질문에 "저는 치킨과 맥주를 좋아한다. 친구들과 함께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며 "그래서 '깐부'는 완벽한 장소"라고 답했다.
세 사람은 회동 내내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황 CEO는 이 회장, 정 회장과 대화를 나누다 수차례 치킨과 감자튀김을 들고 거리로 나와 시민들과 나눴다. 황 CEO는 시민들의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을 마다하지 않았다.
황 CEO가 옆 테이블에 있는 '소맥'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자, 이 회장이 이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정 회장이 '소맥'을 제의하자 황 CEO는 '원샷'으로 잔을 비웠다. 세 사람은 회동 중 '러브샷'을 하며 친근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들의 '치킨 회동'은 1시간가량 이어졌다. 이 회장은 "이제는 미국 관세도 타결되고, 살다 보니까 행복이 뭐 이렇게 맛있는 거 먹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황 CEO는 자리를 뜨며 정 회장에게 "내일 보자"고 말했다. 세 사람은 오는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APEC CEO 서밋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날 만남은 단순한 친목 차원이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모빌리티 산업을 대표하는 거물이 모여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3E를 납품 중이며, 차세대 HBM4 샘플도 전달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엔비디아와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공장 등 AI 기반 기술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으며, 협력 범위를 점차 넓히고 있다.
세 사람이 이날 사업 협력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대화를 나눴을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만남을 계기로 '빅뉴스'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 판단이다. 황 CEO는 지난 28일 자사 콘퍼런스에서 "한국 (산업) 생태계에 있는 모든 회사가 깊은 친구이자 매우 좋은 파트너"라며 "한국을 방문할 때 한국 국민들을 정말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과 마주한 자리에서도 황 CEO는 "내일 정말 좋은 소식과 함께, 진행 중인 여러 프로젝트를 공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CEO는 이 회장, 정 회장 외 다른 국내 기업인들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며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유력하다. LG, 네이버 등과도 접촉해 신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도 만나 한국의 '소버린 AI' 구축 방안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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