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법리 검토 착수
묵시적 동의·배송 사기 등 소비자 권익 보호 필요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단종되는 신용카드가 늘고 있지만, 대체발급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 규정이 없어 현장에서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카드가 고객 동의 절차 없이 단종카드를 유사카드로 발급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융당국이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자칫 소비자가 인식하지 못한 채 새로운 신용카드에 가입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3년간 단종된 신용카드 3종의 대체 카드 총 70만2000매를 임의로 발급했다. 이는 지난 9월 기준 현대카드 사용 가능 회원수(1154만8000명)의 6.07%를 차지하는 수치다. 박 의원은 "고객의 동의 없이 혜택이 축소된 유사 카드로 대체 발급하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 행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체발급은 유효기간이 만료된 단종 카드 대신 유사한 혜택을 가진 다른 카드를 새로 발급하는 절차를 말한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합성 원칙'(제17조)과 '설명의무'(제19조)가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기존과 유사한 혜택, 동일한 한도로 발급하더라도 차주의 신용상태를 다시 점검하고, 갱신이 아닌 새로운 상품임을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은 대체발급의 기본 절차만을 규정하고 있다. 최근 6개월간 실적이 없는 고객은 반드시 전화나 전자문서로 동의를 받아야 하며, 실적이 있는 고객에게는 유효기간 만료 1개월 전 발급 예정 사실을 고지하고 20일 이내 이의제기 기간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동의 횟수·채널·방식 등 세부 규정은 없어 카드사별로 자율 해석·운영 중이다.
박 의원실이 문제를 제기한 현대카드의 경우, 실적이 없는 고객에게는 전화로만 명시적 동의를 받고, 최근 6개월 내 실적이 있는 고객에게는 문자메시지로 사전 안내 후 20일간 회신이 없으면 자동 발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후 배송 시점에서 고객이 대면으로 수령을 거부할 수 있는 절차를 두고 있는데, 이러한 '사후 거절 방식'을 운영하는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명시적 동의보다 묵시적 동의에 기초한 절차라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문자 통지만으로 고객이 대체 발급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는지 불분명하고, 혜택이 줄거나 연회비가 변경된 카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현대카드의 단종 카드 대체 발급이 여전법과 금소법에 부합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금소법상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가 제대로 지켜졌는지가 핵심이다.
다른 카드사들은 보다 보수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신한·롯데카드는 실적 여부와 관계없이 반드시 전화를 통해 의사를 확인한 후 발급하며, 우리카드도 신용을 재평가한 뒤 전화·장문메시지(LMS)로 동의를 받아 대체 발급을 진행한다. KB국민카드는 단종 상품에 대해서는 대체 발급 자체를 하지 않고, 유효기간 종료 사실만 알린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대체 카드의 경우 새 상품을 안내해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문자메시지 등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1명이 여러 장의 카드를 쓰지만, 카드사마다 대체 발급 프로세스가 달라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묵시적 동의를 동의 절차로 인정하고 문자·이메일 안내에 그치는 것은 전달력이 낮아 분쟁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별 프로세스를 강제로 획일화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특정 카드사에 관련 민원이 반복적으로 제기될 경우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체 발급 과정에서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금융상품에 가입될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최근 카드업계가 단종 상품을 유사 카드로 개편하면서 연회비가 오르고 혜택은 줄어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신용카드 해지 절차 간소화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유선 확인 방식에 머물러 있어 발급 이후 해지·변경 등 후속 관리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또 신용카드 배송을 빙자한 금융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소비자 주의가 요구되는 가운데, 묵시적 동의와 혼동을 줄 수 있어 확실한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전화가 아닌 문자나 전자메일은 상대적으로 전달력이 떨어진다고"라며 "카드사별 프로세스가 모두 다른 것 또한 소비자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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