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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인가 위험인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앞둔 금융당국의 선택은
은행 중심 모델이 유력하나 현실화 변수도 만만치 않아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7대 리스크를 제시하며 뱅크런보다 더 빠른 '코인런' 가능성을 공개 경고했다. /챗GPT 생성이미지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7대 리스크를 제시하며 뱅크런보다 더 빠른 '코인런' 가능성을 공개 경고했다. /챗GPT 생성이미지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7대 리스크를 제시하며 뱅크런보다 더 빠른 '코인런' 가능성을 공개 경고했다. 해법으로는 발행·운영을 은행 중심으로 두고, 예금토큰과 병행하며 부처 간 상설 협의 구조로 인가·준비자산·외환 규율을 사전 조율하자는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국회 논의, 비은행 업계의 요구, 글로벌 규제 공백 등 현실화 변수가 적지 않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27일 '스테이블코인 종합 보고서(백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혁신성은 인정하면서도 △가치괴리(디페깅) △대규모 상환요구(코인런) △소비자보호 공백 △금산분리 훼손 △자본·외환 규제 우회 △통화정책 파급 경로 약화 △은행 예금이탈에 따른 자금중개 약화를 핵심 위험으로 정리했다. 특히 상환요구가 모바일·플랫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준비자산이 안전자산이라도 코인런은 뱅크런보다 속도가 빠르다고 진단했다.

정책 방향의 축은 '은행 주도 발행'이다. 한은은 발행·운영 책임을 은행(또는 은행 컨소시엄)에 두고, 유관 부처가 참여하는 상설협의체에서 인가 요건, 준비자산(예금·국채 등) 구성, 상환·공시 원칙, 외환·자본 규율 정합성을 사전 조율하자고 제안했다. 동시에 일상 결제 영역의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거액결제·핵심 인프라 영역의 예금토큰을 병행하는 이원 구상을 제시했다. 한은은 "BIS와 IMF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공통 의제로 다루고 있다"며 각국 인허가 기준을 참고해 중앙은행의 감독 권한을 정비하고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다만 그대로 진행되기까지의 마찰도 예상된다. 국회에서 비은행의 직접 발행을 일부 허용하는 법안 구상이 공론화돼 있고, 업계는 혁신과 경쟁 촉진을 이유로 진입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규제는 아직 파편화·미비하다는 평가가 우세해 국내 설계에 불확실성을 키운다. 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는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의 규모와 구성, 전통 금융과의 연계성이 확대된 점을 감안할 때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도입했거나 개발 중인 국가들은 유동성 리스크 관리, 환매, 준비자산 보관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BIS도 올해 보고서에서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중앙은행 준비금·상업은행 예금·국채를 한 장부에 얹는 토큰화 플랫폼(통합원장) 전환을 주문했다.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허용될 경우 환율 변동성 확대와 통화정책 실효성 약화 가능성을 거듭 지적한다. /이선영 기자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허용될 경우 환율 변동성 확대와 통화정책 실효성 약화 가능성을 거듭 지적한다. /이선영 기자

국내 변수도 만만치 않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허용될 경우 환율 변동성 확대와 통화정책 실효성 약화 가능성을 거듭 지적한다. 김신영 한은 외환업무부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허용될 경우 글로벌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해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회·업계 일각에선 달러 스테이블코인 의존을 줄이고 국내 결제·자본 유출입의 내재화를 위해 규율 하의 발행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의 법제화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금융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는 가상자산 2단계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 준비금(담보) 관리, 내부통제 체계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가상자산 1단계 법안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이후 추진되는 후속 법안이다.

이 위원장은 국감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관계부처와 막바지 조율 단계에 있다"며 "연내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특히 이 원장은 은행 중심의 발행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원장은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은행이 주도하는 안정적 관리체계를 마련하겠다"며 "핀테크 기업은 기술 파트너로 참여하는 형태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찬진 금감원장 역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과정에서 전통 금융사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에 핀테크·IT 기업 등 비은행 기관 참여와 관련해선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비은행권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신속한 결제·송금, 소비자 편의 증대 등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선 비은행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을 배제하면 혁신 속도가 2~3년은 늦어질 수 있다"며 :해외 플레이어가 표준을 만들고 나면, 국내는 따라가기도 버겁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책임의 문제다. 24시간 상환을 버틸 자금·시스템을 갖춘 곳이 은행이니, 발행·상환의 중심은 은행이 맡는 게 현실적일 것"이라며 "예금이탈은 설계로 줄일 수 있다. 상환 한도·대기 규칙을 미리 명확히 공개하면 패닉을 막는다. 중요한 건 출시 속도가 아니라 규칙의 투명성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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