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인터넷은행은 정규직 중심 채용 '온도차'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최근 금융권을 강타한 해킹 사태로 정보보안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은행권의 보안 인력 운용은 여전히 계약직 중심에 머물러 있다. 단기 대응에 그친 채 장기적 보안 체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다음달 2일까지 클라우드 보안 및 정보보안 관리, 개인정보 보호 등 전문직무 인력을 채용한다. 하지만 채용 인원은 모두 계약직이다. 하나은행도 금융 디지털 보안 부문에서 기간제 직원을 선발했고, NH농협은행은 지난달 IT보안 점검 분야 직원을 1년 계약직으로 모집했다. 농협은행은 근무기간을 최장 2년으로 제한해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이처럼 주요 시중은행은 공개채용을 제외하면 상당수 보안 인력을 비정규직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은행권은 통상 2~3년 단위로 보직을 순환하는데, 기술직·보안직은 순환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과거부터 계약직 혹은 무기계약직 형태로 채용해 왔다.
반면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업계는 정규직 중심의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3~10년차 인프라 보안 엔지니어를 정규직으로 채용했고, 토스는 IT·보안 업무에 투입될 인포메이션 시큐리티 매니저를 정규직으로 선발했다. 안정적인 고용이 곧 보안 역량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시중은행의 기간제 채용이 전문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안 엔지니어 수요가 금융권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급증하는 만큼, 구직자 입장에서는 중견, 중소기업이라도 정규직 채용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 IT업계 관계자는 "보안은 축적된 경험과 시스템 이해도가 핵심인데, 계약직 중심 구조에서는 인력 유지와 노하우 축적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보안 업무의 특성상 계약직이 곧 전문성 저하로 직결된다고 보긴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일부 엔지니어는 개인 역량에 따라 억대 연봉을 받기도 하고, 외부 보안 솔루션을 도입할 경우 파견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상시 인력을 별도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부 협업보다 개인 역량이 중요한 업무 특성상, 기업과 협의해 단기 계약으로도 효율을 낼 수 있다"며 "기업별 내부 연봉 수준과 보안 엔지니어가 요구하는 임금의 격차가 큰 경우 계약직으로 별도 협상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금융권이 강화된 보안 기조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다.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정보보안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고, 정치권 역시 금융회사 보안 체계 점검에 나서고 있다.단기적으로는 보안 인프라와 인력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이번 정권만 넘기자"는 심리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안 투자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면 인력 배치가 다시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계약직 중심의 단기 대응에서 벗어나 정규직 채용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통한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안 인프라 확충만큼 중요한 건 그것을 얼마나 꾸준히 유지하느냐다"라며 "금융권의 체질 개선이 없다면 해킹은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