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리스크 대응하며 3세 승계?…'거버넌스 퇴행' 비판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분식회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일양약품이 창업주 3세 정유석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금융당국이 정 대표에게도 해임 권고를 내렸지만, 전문경영인만 사임시키고 오너 일가는 자리를 지켰다. 업계에서는 "책임은 전문경영인이 지고, 권한은 오너가 독점하는 구조로 회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지난 17일 김동연·정유석 공동대표 체제를 마무리하고 정 대표 단독경영 체제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이사회는 같은 날 공동대표 규정도 폐지했다. 김동연 부회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사내이사와 부회장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김 부회장은 1976년 연구원으로 입사해 50년 가까이 몸담은 '정통 일양맨'으로, 2008년부터 대표를 맡아 7연임한 제약업계 장수 CEO다. 그러나 최근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일양약품의 장기간 회계처리 기준 위반을 지적하며 해임 권고를 내리자 물러났다.
반면 공동대표였던 정 대표는 동일한 제재를 받았음에도 자리를 지켰다. 증선위의 권고를 온전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임 회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대표이사직만 내려놓은 것이며 이는 향후 회사 대응에 대한 진행과정 중 하나"라며 "그 외엔 어떤 의미도 부여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증선위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중국 합자회사인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와 양주일양제약유한공사를 종속기업으로 분류해 2014~2023년 10년간 재무제표를 과대계상했다. 실질 지배력이 없다는 외부감사인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를 연결대상에 포함시켜 당기순이익과 자본을 총 1조1497억원 부풀린 것이다. 감사 과정에서 허위서류를 제출하는 등 고의적 감사방해 정황도 확인됐다.
이로 인해 회사는 대표이사 해임권고, 담당 임원 직무정지, 3년간 감사인 지정, 검찰 통보 등 중징계를 받았다. 한국거래소는 일양약품을 기업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으로 지정했으며 상장 유지 여부는 11월 6일 결정된다.
일양약품은 2013년 정도언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김동연 단독대표 체제로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이후 2023년 정 대표가 공동대표로 합류하며 오너-전문경영인 '투톱 체제'를 이어왔지만 이번 단독대표 전환으로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 중심으로 완전히 회귀했다.
정 대표는 창업주 고(故) 정형식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도언 회장의 장남이다. 지분 4.24%로 부친(21.84%)에 비해 낮지만, 이번 인사로 오너 3세 중심의 경영 승계 구도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회계 부정 사태의 핵심 당사자가 오히려 권한을 강화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오너는 자리를 지키는 구조는 시대착오적"이라며 "오너 일가가 의사결정 라인을 쥐고 있었다면 실질적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회계 부정으로 회사 신뢰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정 대표의 단독 경영이 위기 관리의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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