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네이버·NC 등 기술 고도화·투자 확대

[더팩트|우지수 기자] 인공지능(AI)이 데이터 분석과 텍스트 생성을 넘어 물리 공간에서 스스로 행동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른바 '피지컬 AI'가 제조·물류·도시 등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하며 국내 IT업계가 관련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피지컬 AI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피지컬 AI란 인간처럼 3차원 공간을 인식하고 물리 법칙을 학습해 실제 기기나 로봇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생성형 AI가 '언어를 이해하는 지능'이라면 피지컬 AI는 '행동하는 지능'이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AI의 다음 단계는 인지·계획·행동을 결합한 피지컬 AI"라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피지컬 AI를 국가 전략기술로 규정했다. 산업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피지컬 AI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지난달 출범시켰다. 과기정통부·산업부·중기부와 현대자동차·HD현대중공업·LG AI연구원 등 250개 안팎 기관이 참여한다. 얼라이언스는 기술·솔루션·인재 등 10개 분과를 중심으로 모델 개발과 표준화를 논의한다.
배경훈 과학기술 부총리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피지컬 AI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가 필수"라며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만 피지컬 AI 관련 예산 4000억원 이상을 반영하고, 제조·물류·건설 등 주요 산업에 실증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은 피지컬 AI 경쟁을 선도하기 위한 기술과 투자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LG CNS는 캐나다 인공지능 회사 '코히어(Cohere)'와 함께 한국어를 잘 이해하는 초거대 AI 모델 '집현'을 만들고 있다. LG CNS는 이 기술을 이용해 공장에서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시스템을 준비한다.
네이버는 CEO 직속 조직 'R-TF'를 신설하고 피지컬 AI 기술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의 연구조직 네이버랩스는 건물이나 도시를 3차원으로 찍어내는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시티와 물류 자동화 등 분야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또 네이버의 투자 조직 D2SF는 미국의 로봇 기술 스타트업 '써머 로보틱스'에 투자해 로봇이 사람의 눈처럼 주변을 보고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의 연구조직 'NC AI'는 '바르코 3D'라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사람의 명령어(문장)나 사진을 입력하면 몇 분 안에 3D 캐릭터를 자동으로 만들어낸다. 원래는 한 달 가까이 걸리던 작업을 10분 안에 끝내는 셈이다. 이런 기술은 로봇을 가상공간에서 훈련시키거나 공장의 기계를 미리 시뮬레이션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도 정부와 함께 피지컬 AI 관련 펀드를 만들었다. 3000억원 규모의 이 펀드는 고성능 AI 컴퓨터(GPU)를 확보하고, AI 데이터센터를 세우며, 로봇이나 스마트 공장 같은 기술을 실제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 쓰일 전망이다.
산업계에서는 피지컬 AI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제조 효율, 노동 구조, 도시 운영 방식까지 바꾸는 'AI 산업혁명'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AI가 더 이상 가상에서 머무르지 않고 물리 세계로 진입하는 시대"라며 "피지컬 AI는 산업의 작동 원리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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