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경제
[기자수첩] 주거 양극화에 갇힌 한국…'집'으로 신분 나뉜다
'집은 곧 계급' 된 사회
'내 집 마련' 이룬 사람, 집값 상승 기대
무주택자, '사회적 낙오자' 취급받기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월세 가격도 오르고 있는 추세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월세 가격도 오르고 있는 추세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제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은 더 이상 가벼운 인사가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말일 뿐이지만, 누군가는 마음이 짓눌린다. 보이지 않는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가 된 지 오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부동산 계급도'는 이를 잘 보여준다. 사는 지역과 주거 형태에 따라 사람들은 왕족과 평민, 심지어 노비로 나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서초구 반포동 등은 왕족으로 통하고, 서울이 아닌 지역은 계급이 높아도 신분이 중인에 머문다. 재미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누군가에게는 민감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 모습은 마치 대학교 등급표처럼 줄을 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주거 형태로 보면 계급은 더 세분화된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들이 집값 상승 기대감을 키우는 사이, 월세로 사는 이들은 매달 부담에 시달린다. 한편에서는 LH·SH 등 공공임대주택 당첨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3분기에 모두 거래가 있었던 수도권 아파트들의 가격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서울·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상승세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해 평균 가격(23억5747만원) 대비 올해 3분기 평균 가격(29억8034만원)이 22.8%(6억2287만원) 급등했다. 성동구·서초구도 각각 21.7%·21.2% 크게 올랐다. 특히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같은 기간 평균 가격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과천시·성남시·하남시·안양시·광명시 등도 집값이 올랐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집값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월세살이'로 사는 사람들의 고민은 더욱 깊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국 가구당 평균 월세는 80만원 수준이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로 범위를 좁히면 약 90만원에 육박한다. 실제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20대 청년 A씨는 "월급 250만원 중 70만원을 월세로 내고 있다"며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 서울·수도권 공공임대주택 당첨 '하늘의 별따기'

정부가 서울 집값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지난달 7일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 집값은 불장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서울 집값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지난달 7일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 집값은 불장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공공임대 청약 대기 행렬은 길다. 월세 부담이 적고, 장기간 거주할 있어 자금 마련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이 내놓은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7명은 공공임대 주택 거주를 원했다. 주거비 부담이 주요 이유다. 그러나 LH 등이 공급하는 행복주택·국민임대는 경쟁률이 높다. 통상 100대 1을 훌쩍 넘다보니, 당첨되기가 쉽지 않다.

인천 지역 행복주택에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B씨는 "해당 주택에 4년째 거주 중으로 월세는 10만원이 안 된다"며 "평수가 작아 아쉽지만, 돈을 모으는 데는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수록 사회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무주택자는 ‘사회적 낙오자’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낙오자가 된다는 인식에 '영끌'로 최대한 선호 지역에 집을 사기도 한다.

같은 나라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이 세 풍경은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명확하다. 주거의 양극화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국의 국민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은 국제적으로 아마 1등일 것"이라며 "시장이 과대평가돼 있어 언젠가는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모든 국민의 주거권을 든든하게 보장하겠다"며 이번주 추가 부동산 대책을 예고했다.

주거는 이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안정을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다. 한쪽에서는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동안, 다른 한쪽은 월세로 허덕이며 생계를 이어간다면 정부의 '모든 국민 주거 보장' 선언은 말뿐으로 끝날 수 있다.

js@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