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비스부터 롯데에너지까지…투자 포트폴리오 성적도 부진

[더팩트|윤정원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잇달아 몰려드는 행동주의 펀드의 지분 확대 압박에 직면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미리캐피탈이 지분을 꾸준히 늘리며 최대주주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명분하에 이뤄지는 매수이지만 얼라인파트너스와 소액주주 연대의 지분까지 감안하면,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더구나 투자 포트폴리오도 부진을 겪고 있어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의 리더십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미리캐피탈의 스틱인베스트먼트 보유 주식 수는 555만2577주, 지분율은 13.32%다. 직전 보고일인 9월 4일(554만3547주·13.30%)보다 주식 수와 지분율이 각각 9030주, 0.02% 또 늘었다. 여기에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276만9478주·6.64%)과 소액주주 연대(6% 안팎)가 힘을 보태면서, 이들의 지분율 합계는 25%를 웃돌게 됐다. 현재 도용환 회장 개인 지분은 561만1291주, 13.46%(특수관계인 포함 18.99%)다.
시장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단순한 '투자 목적'이 아니라 적극적인 주주 행동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리캐피탈이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은 15%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주주총회 안건 제출이나 이사회 구성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은 스틱인베스트먼트 측에 자사주 전량 소각을 요구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유통 주식 수를 줄이고 기업가치를 높이자는 주장이다.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요청이 줄을 잇는 배경에는 부진한 주가가 자리하고 있다. 모회사인 디피씨(DPC)는 지난 2021년 10월 15일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지분 100%를 확보하며 흡수합병에 나선다고 공시했다. 당시 디피씨는 "장기적인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본건 합병 등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주주 및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결국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우회상장 방식을 통해 지난 2021년 12월 17일부로 PEF 운용사 최초의 코스피 상장사로 거듭나게 됐다. 당시 운용자산 규모 4조7000억원이던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호기롭게 도약을 알렸으나 주가 움직임은 심상찮았다. 새 출발 당일 1만5000원으로 장을 마쳤던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우회상장 1년여 후인 2023년 1월 6일 장중에는 5010원까지도 고꾸라졌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언하며 금융주가 들썩일 때, 스틱인베스트먼트 또한 움츠러 들었던 어깨를 다소간 폈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유지와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 보호를 강조하자 올해 3월 14일 6950원까지 주저앉았던 주가는 우상향 곡선을 그려 나갔다. 이어 올해 7월 14일에는 1만2380원까지도 뛰어올랐다. 하지만 '약발'은 오래 가지 못 하고 주가는 1만원선을 간신히 붙잡고 있다. 이달 1일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종가는 전 거래일(1만670원) 대비 0.09%(10원) 하락한 1만660원이다.
주가가 재차 하락한 데는 스틱인베스트먼트 측에서 자사주를 보상제도로 돌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한몫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는 와중에도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자사주 소각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반기보고서를 통해 "당사와 같이 인적자산 중신의 산업 구조하에서 최적의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당사는 자기주식을 활용한 주식기반보상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24년에는 임직원 성과급의 일부를 자기주식으로 지급하였으며 추후에도 임직원 성과급 일부와 인재 확보를 위한 보상으로서 자기주식을 지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시점에서 논의 중인 자기주식 소각계획은 없다"면서 "추후 자기주식 소각이 결정되면 이사회 및 공시를 통해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주가 부양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 및 소액주주들과의 시각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자사주 소각 의지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당사의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 엑시트(Exit·자금회수) 성과가 긴요해졌다. 다만, 쥬비스다이어트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 등 스틱인베스트먼트의 굵직한 투자 건은 경기 침체와 산업 변동성 탓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20년 10월 스페셜시츄에이션2호펀드를 활용해 다이어트 컨설팅 기업 쥬비스다이어트를 약 2400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쥬비스다이어트는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된 직후인 2021년 최고 실적(매출 867억8029만원·영업이익 263억5601만원)을 낸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22년 119억148만원으로 쪼그라든 데 이어 2023년에는 16억6704만원 적자로 돌아섰고, 2024년에는 적자 폭이 23억5499만원으로 커졌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1조원을 투자한 2차전지용 동박 소재 사업자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난항을 겪긴 마찬가지다. 동박 사업은 설비 투자 비용과 가동률 확보, 수율,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이 수익성에 민감하게 작용한다. 특히 신규 공장 증설에는 많은 선행 투자비가 소요되며, 초기 가동률 확보까지의 기간 동안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2분기 매출액 2049억원, 영업손실 31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2%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 수요 부진과 미국 구리관세 시행으로 동박 판매는 전분기 대비 5% 둔화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재고조정 덕에 가동률은 60%까지 회복되겠으나 고정비 부담은 여전해 적자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분기 출하량이 반등했으나 구조적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CAPEX 축소와 미국 본토 진출 관련 불확실성 등 다수의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스틱인베스트먼트 측은 미리캐피탈의 지분 매입 등은 자사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미리캐피탈은 조금씩 계속 (주식을) 사고 있다. 당사와 관계에 있어서 변화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자사주 소각 문제에 관해서도 현재는 구체적 계획이 없으나 향후 자기주식 소각이 결정되면 이사회 및 공시를 통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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