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한다더니…재계 총수도 포함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올해 국정감사(국감)에서도 기업인들이 대거 증인·참고인으로 국회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기업 사업 환경이 좋지 않아 기업인들이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국회 상임위원회의 무더기 증인 소환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일 재계와 국회에 따르면 다음 달 13일 국감을 앞두고 국회 상임위가 하나둘 국감 증인 명단을 내놓고 있다.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이미 주요 기업인들에 대한 증인·참고인 채택이 다수 이뤄져 몇몇 현안과 관련해 민원 처리를 요구하는 '군기잡기식 감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정무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대상 국감에 김영섭 KT 대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등을 부르기로 했다. 해킹에 따른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 질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또 온라인플랫폼 불공정 거래 등을 이유로 김범석 쿠팡 의장, 김명규 쿠팡 이츠 대표,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를, 인앱결제 등 불공정 행위와 관련해 황성혜 구글코리아 부사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금감원 대상 국감에서는 김윤석 신협중앙회 회장(조합 내부 통제), 김인 새마을금고 회장(건전성 관리 실태), 김용범 메리츠 부회장(부동산PF 연대보증) 등을 증인 명단에 포함했다. 금융위 국감엔 졸속 상장 및 상장 폐지 등을 이유로 오경석 업비트 대표 등이 증인 출석을 요구받았다.
재계 총수도 이름을 올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다음 달 말 종합 국감에 부르겠다는 계획이다. '총수 소환을 자제하자'는 방침이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앞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미 관세 협상에서 활약하고, 현재 경영 위기 속 하반기 경영 전략과 내년도 사업 청사진을 구상해야 하는 재계 총수들의 국감 소환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산업통상자원부 증인 명단에 들어갔다. 온라인 플랫폼의 국내 소비자 정보 보호 방침에 관해 묻겠다는 것이다.

산자위는 또 쿠팡의 정산 방식과 수수료 공제 구조, 플랫폼·판매자 간 거래 공정성, 중소기업 제품 모방·불공정 행위 등을 이유로 각각 박대준 쿠팡 대표, 조만호 무신사 대표, 김기호 다이소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감 단골'로 불리는 이동통신사, 포털사 경영진들은 올해도 국감장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섭 대표는 정무위에 이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출석 요구를 받았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도 대규모 해킹 사태와 관련해 과방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구현모 전 KT 대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음에도 KT 사장 교체와 관련해 국회의 부름을 받았다.
포털사에서는 김광현 네이버 검색·데이터플랫폼 부문장(AI 활용), 이정규 네이버 서비스운영통합지원 총괄전무(허위 조작 정보 대응), 우영규 카카오 부사장(불법 광고) 등이 증인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주성원 쿠팡 커머스전략총괄(교차 사이트 히스토리 조작), 박대준 대표(납치 광고), 우오현 SM그룹 회장(지역 민영방송 지배구조 현황) 등이 과방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토교통부 국감 증인·참고인 명단에도 기업인이 다수 포함됐다. 상임위 특성상 건설사 경영진이 많다. 주택 공급과 건설 정책 등 구조적 문제를 진단한다는 이유로 서희건설의 이봉관 회장·김원철 대표를, 윤석열 정부 관저 공사 특혜 의혹을 묻겠다며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등을 증인으로 세운다. 건설 사고와 관련해서는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등을 부른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무안공항 참사), 최주선 삼성SDI 대표(리튬배터리 화재),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택시 영업 독과점) 등도 국토위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인 모두 국감에 출석하진 않겠으나, 증인 채택만으로도 무더기 소환 양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감을 통해 주요 현안을 명확히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선 실무자 중심의 증인 채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인사·조직개편 등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데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추후 경영 전략을 세워야 하는 핵심 경영진의 10월은 숨 쉴 틈 없다"며 "이때 열리는 국감은 상당한 부담"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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