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 생태계가 갈수록 축소지향형으로 바뀌고 있어 근본적인 해법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제단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기업 성장 생태계 진단·과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의 기업 생태계가 2016년을 전후로 변곡점을 맞아 사실상 위축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대한상의는 생태계 축소의 대표적인 징후로 △기업당 평균 종업원 수 감소 △한계기업 비중 역대 최대 △중간허리기업의 감소 등을 꼽았다.
먼저 기업당 평균 종업원 수는 2016년 43명에서 2023년 40명대 수준으로 내려앉으며 영세화 흐름을 드러냈다. 공장 자동화 등의 영향도 있으나, 본질적으로 중소기업의 성장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한 채 소규모 기업만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계기업은 역대 최대 규모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되는 '좀비기업'의 비중은 2014년 14.4%에서 2017년 13.6%로 잠시 낮아졌다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해 2024년 17.1%까지 높아졌다.
'중간허리기업'도 지속 감소하고 있다.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성장 사다리 단계에 있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종업원 수 50~299인 규모의 기업은 2014년 1만60개에서 2019년 9736개, 2023년 9508개로 지속 감소 중이다. 각종 지원 혜택이 사라지고 규제는 늘어남에 따라 버티지 못하고 도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상의는 기업 성장 생태계가 축소지향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방치할 경우 생산성 둔화가 가속화되고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도 심화시켜 우리 경제의 체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OECD 주요국 대비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 2016~2018년 평균 2.1%에서 2020~2022년 평균 0.9%로 1.2%포인트(p) 하락했으나, OECD 24개국 평균은 같은 기간 0.5%에서 1.7%로 1.2%p 상승했다.
대한상의는 성장 사다리를 복원하고 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사이브별 지원·규제 틀을 벗어나 생산성과 혁신의 관점에서 기업 정책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계 방안은 △혁신 역량과 생산성이 여타 기업에 비해 높은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 △AI와 첨단산업 중심으로 민간 자본의 역할 강화 △중소기업 정책 자금 지원 체계의 근본적인 혁신 △기업 규모별 지원이 아닌 산업 생태계별 지원 체계로 전환 등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지금과 같은 축소지향형 기업 생태계에서는 자원 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져 성장 역량이 큰 기업이 제때 도약할 수 없다"며 "보호 위주의 중소기업 정책을 일정 부분 성장에 포커싱하고, 민간 자본시장 활성화로 기업의 스케일업을 촉진해 국가 생산성 정체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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