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경력 베테랑, 80년대생 CEO 동시 배치 '눈길'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지난해 회장으로 승진한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첫 인사부터 '성과주의에 기반한 쇄신'과 '세대교체'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판을 갈아엎었다. 그룹 경영의 틀을 본인 만의 색깔로 다시 짜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신세계그룹은 26일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보다 한 달 빨리 이뤄진 이번 인사는 신세계와 이마트 계열 분리 이후 이뤄진 첫 인사다.
정유경 회장이 전면에 나선 이번 인사의 중심에는 '성과를 낸 사람은 올리고, 부진한 쪽은 과감히 교체한다'는 메시지가 자리잡고 있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40년 간 신세계에 몸 담아온 '정통 신세계맨' 박 대표는 신세계백화점이 심혈을 기울여온 '스위트 파크', '하우스 오브 신세계' 등 굵직한 혁신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성과가 곧 보상으로 이어지는 정유경 회장의 원칙이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다.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도 이번 인사에서 사장 자리에 올랐다. 정유경 회장의 남편이기도 한 문 대표는 승진과 함께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도 겸직하게 됐다. 신세계 관계자는 "문 대표는 온라인 영역에서 다양한 사업 시너지 강화에 힘을 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수장들은 대거 교체됐다.
먼저 업황 부진 속에서 적자가 커지고 있는 면세점 사업의 수장이 바뀌었다. 신세계는 면세 사업을 맡고 있는 신세계디에프 대표 자리에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를 보냈다.
이 신임 대표는 조선호텔, 스타벅스 대표 등을 지낸 베테랑 경영인이다. 국내 스타벅스를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로 정착시키며 장기 흑자를 이끌었고 이후 조선호텔앤리조트, 신세계라이브쇼핑 등 대표를 역임하며 '위기에 강한 리더십'을 인정받아 왔다. 이에 신세계가 적자로 인해 위기인 면세사업을 반등시킬 '구원 투수'로 이 신임 대표를 투입했다는 평가다.
패션업 불황, 해외 명품 브랜드 이탈 등 영향으로 몇년 째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대표가 교체됐다. 신세계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윌리엄 김 대표 대신 김덕주 해외패션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김 신임 대표는 유니레버, 샤넬 등을 거친 글로벌 패션·뷰티 전문가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신세계에 합류한 이후 럭셔리 패션과 코스메틱 부문을 두루 거쳤고 2023년부터는 해외패션본부를 이끌며 글로벌 네트워크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주도해 왔다. 신세계 관계자는 "김 신임 대표가 그간 쌓아온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적 개선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유경표 인사에서 또 눈에 띄는 점은 '젊은 CEO'의 전면 배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부문에 파격적으로 80년대생 경영진을 앉혔다. 코스메틱 1부문 대표에 1980년생 서민성 대표가 내정된 것.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뷰티 전략을 주도해온 서 신임 대표는 젊은층 소비 트렌드에 밝은 인재로 꼽힌다.
코스메틱 2부문에는 1985년생 이승민 대표가 내정됐다. 이 신임 대표는 '신세계그룹 최초의 여성 CEO'라는 타이틀까지 달았다. 뷰티 사업의 체질 개선과 글로벌 확장을 겨냥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인사는 정유경 회장 승진 이후 처음 이뤄진 것인 만큼 업계에서는 사실상 그룹 리더십 교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40년 경력의 베테랑과 80년대생 젊은 세대가 동시에 전면 배치된 이번 인사는 정유경 회장이 신세계의 DNA를 바꾸겠다는 선언이 반명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정유경 회장이 그리고 있는 신세계의 미래 구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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