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경제
롯데카드 해킹 후폭풍…비용 절감·수수료 인하가 키운 '스노우볼'?
지난 2012년 적격비용재산정 제도 수립…매번 인하 지속
카드사 영업환경 개선 VS 현 상태 유지, 여력 충분 판단 '대립'


롯데카드 해킹 사태를 두고 신용카드사의 영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롯데카드 해킹 사태를 두고 신용카드사의 영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롯데카드 해킹 사태를 계기로 카드업계의 비용 절감 기조와 이를 조장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카드사가 본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용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하나·롯데·비씨카드)이 사용한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는 89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억원 증가에 그쳤다. 판관비에는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이 포함된다. 카드사가 투입한 비용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업계는 단순 수치만 보면 판관비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인건비와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소 추세라고 분석한다. 영업 환경이 악화하면서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퇴직급여를 제외한 카드사 8곳의 판관비는 2조7949억원으로, 지난 2019년보다 26.8% 증가했다. 미래 투자를 의미하는 무형자산상각비는 8.97% 증가에 그치며 투자 여력 부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발생한 롯데카드 해킹도 이 같은 구조적 한계의 산물로 꼽힌다. 보안투자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뒤따르면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여전사 CEO 간담회에서 "사이버 침해사고가 단기 실적 위주 경영으로 장기 투자에 소홀한 결과는 아닌지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에 매달린 배경은 악화된 수익성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드사 8곳의 당기순이익은 1조22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 감소했다.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대출 수익이 2686억원 늘었지만,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2911억원 줄며 상쇄됐다. 여기에 대손비용이 2643억원 확대되면서 수익성 악화로 직결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카드사의 영업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건전성 관리에도 부담이 커진 만큼, 본업에서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가 6년으로 연장됐고, 관련 협의도 지난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보안 투자 지연으로 사고 재발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 원장이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고, 내년 7월 2일까지 총자산 5조원 이상 여전사는 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내부통제 체계는 강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보안 인프라 구축이 늦어질 경우 소비자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해킹 기법이 워낙 다양하고 기술의 발전이 빠르다 보니 지속적으로 취약점을 보강해야한다"라며 "해킹의 진짜 기술은 훔치는 게 아니고 침입 후 흔적을 지우는 것이다. 민감정보일 수록 예민한 관리가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카드사에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를 두고 충분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2년 국무회의를 통해 적걱비용 산정의 근거가 만들어졌고 카드사 대표들과 합의를 통해 수수료율을 도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당국과 카드사, 양자간 협의가 아닌 회계법인과 함께 적격비용을 산출하는 만큼 자체 투자비용 등의 여유는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산정 제도 도입 이후 신용카드사 수수료율이 인상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지난 2월에는 기존 0.4%(연 매출 3억원 이하) 였던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0.15%로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당국과의 조율에서 신용카드사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당국이 신용카드사의 수수료율을 낮춘 것은 부적절한 시각이다"라며 "국회에서 통과된 근거를 바탕으로 회계법인과 함께 적격비용을 산출하고 있는 만큼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