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표심 향방도 주목
[더팩트｜이한림 기자] 신임 금융투자협회(금투협) 회장 선거 열기가 선거일 2개월 전부터 뜨겁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 속속 들어 출마를 선언하면서 분위기를 달군다. 현 협회장인 서유석 금투협회장의 연임 가능성과 더불어, '큰손'인 대형 증권사들의 표심이 대권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 7대 금투협회장 선거가 열린다. 금투협회장은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으로 구성된 협회사의 현안과 정·관 소통, 업계의 목소리를 대표로 발언하는 자리로 협회사 선거를 통해 임기 3년제로 선출되고 있다.
윤곽은 드러났다. 황성엽 현 신영증권 대표이사 사장과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일찌감치 금투협회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세부적인 공약도 발표했기 때문이다.
우선 황 사장은 1987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38년째 여의도를 지킨 '증권통'으로 신영증권에서 경영총괄, 투자은행(IB), 자산운용, 법인영업 등 분야를 거쳐 2020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증권업황 악화에도 52년 연속 흑자를 지켜낸 성과 등으로 내외부에서 양호한 평가를 받는다.
황 사장은 그간 한국 금융시장 구조가 은행 중심에서 IB 중심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금투협이 핵심 역할을 이행해야 한다는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황 사장은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자신을 "대형사와 중소형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회원사의 목소리를 담고 조율할 적임자라고 자부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에 맞서는 이 전 대표는 직전 회사인 KB자산운용을 비롯해 메릴린치증권, SK증권, 코람코운용, 현대자산운용 등 여러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로 금융투자업계의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또 금투협 내에서도 비상근 부회장을 지내면서 누구보다 금투협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후보라는 강점도 있다.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이라는 점도 정부와 협회의 가교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전 대표는 아직 출마 성명서를 밝히진 않았으나 언론이나 업계 내 행사 등을 통해 출사표를 던져 주목을 받는다. 공약으로는 협회사인 기업 관점에서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이나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 철폐 등이 거론된다.
이 외에도 정영채 메리츠증권 고문, 박정림 SK증권 사외이사,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등 '올드맨'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현 금투협회장인 서유석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주목도를 높인다. 서 회장은 아직 임기가 3개월가량 남아 연임이나 차기 회장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으나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유도, 70여년 만의 대체거래소(ATS) 출범,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한 디딤펀드 출시, 국내 증시 활성화 등 임기 중 성과가 인정받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역대 금투협회장들이 연임을 한 번도 하지 못한 것은 서 회장의 연임설에 힘을 빼는 요소로 작용한다. 금투협 규정에 따르면 회장 연임 제한 규정은 없으나 2009년 출범 후 연임 사례는 없다.
다만 그가 대형증권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출신이고, 신임 후보 중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포함해 미래에셋증권이나 미래에셋그룹 출신 인사가 없어 출마만 한다면 표심이 요동칠 여지는 남아 있다는 해석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떤 후보가 금투협회장 선거에 출마하던 대형 증권사의 표심을 잡아야 대권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투협회장 선거가 증권사, 자산운용사, 신탁사, 선물 등 협회 정회원사들의 직접투표로 열리지만 협회비 분담률에 따라 투표권에 가중치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이 대형사 출신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 표심 향방이 뚜렷한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정부가 상법 개정이나 세제 개편을 통해 적극적인 증시 부양책에 나선 만큼 금융투자업계의 역할도 커지면서 어느 때보다 정부와 관계기관, 기업 간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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