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금융·증권주들이 투자자 우호 정책하에 급등하는 가운데 증권업계 대부분이 호황을 누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유진투자증권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타 증권사들이 호실적에 고무돼 있는 시점에 유진은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장기집권 해온 유창수 대표이사의 리더십에 균열 조짐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불거진다.
◆ 업계 활황인데…유진투자증권만 '왜'?
현재는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지만 최근까지 코스피의 상승세는 거침이 없었다. 지난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3407.31) 대비 0.41%(13.82포인트) 오른 3421.13으로 출발해 장중 3452.50까지 오르기도 했다.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11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 기술주 훈풍에 힘입어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강해지며 코스피 상승장을 이끌었다. 여기에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도 지수 오름세에 한몫했다.
금융·증권주는 활짝 웃었다. 국내 주요 상장 증권사로 구성된 KRX증권지수는 지난달 말(8월 29일) 1320.02에서 전날 종가 기준 1519.12로 이달 들어 15.08%나 뛰었다. 거래소에 상장된 KRX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금융 업종을 포괄하는 KRX300 금융지수도 이달 들어 9.63%(1969.00→2158.70) 올랐다.
그러나 코스피가 한창 상승가도를 달리던 이달 11일, 유진투자증권은 일부 직원을 선별해 권고사직을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 자문업체에 컨설팅을 받은 이후, 중장기 계획과 사업 성과 등을 고려해서 권고사직을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구조조정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iM증권의 경우에도 지난해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나선 바 있다. 사명을 하이투자증권에서 iM증권으로 바꾼 후 희망퇴직으로 인력을 감축했다. 점포 수를 10개 이상 대폭 축소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다만, 업계가 성장과 IB·글로벌 사업 확대 등에 무게를 두고 있는 현시점에 유진투자증권이 방어적 전략을 택하는 모습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타 증권사들이 '투자 우위'를 누리는 것과 대조되는 탓이다.
◆ 최장수 CEO 굳힌 유창수…'장기 집권의 그늘' 우려도
증권업이 대체로 호황인 환경에서도 유진증권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며 혼자 다른 길을 걷자 일각에서는 유창수 대표의 변화 대응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 집권 그늘 아래서 조직의 유연성과 혁신성, 리스크 감지 능력이 둔화된 것 아니냐는 풀이도 있다.
유진증권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으로 395억9100만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 363억3200만원보다 8.8%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5% 늘어난 496억4900만원, 매출액에 해당하는 영업수익은 11.9% 증가한 8494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영업활동 순 현금흐름은 2174억2000만원 유입에서 5711억3200만원 유출로 전환했다. 투자활동 순 현금흐름도 15억1100만원 유출로, 유입 전환에 실패했다. 차입금은 8005억8600만원에서 1조586억1100만원으로 증가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증권사들이 시장 긍정적 흐름을 타고 공격적 확장 또는 신사업 진출에 무게를 두고 있을 때, 유진증권은 위험관리 및 내실 중심 경영, 비용 조정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듯하다"며 "대외적으로는 성장 기회를 놓치는 중이라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 대표는 유진그룹 창업주 유재필 명예회장의 3남이자 유진기업 2대 주주다. 그는 2007년 5월 처음 유진투자증권 각자대표로 취임했다. 2009년 6월부터 2011년 1월까지는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2011년 1월부터 현재까지 대표이사직을 수행 중이다. 올해 3월에는 '6연임'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면서 20년 장기 집권 체제를 굳힌 상태다.
유진증권 관계자는 금번 구조조정과 관련해 "중소형사들에 대한 경쟁력 강화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전사적 구조조정 확대나 대규모 해고는 없다. 사업재편이나 수익구조에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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