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김성현·메리츠 장원재, 이사회 의장 반납

[더팩트|이한림 기자] 국내 증권사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책임 경영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첫 간담회에서도 투자자 보호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경영자의 책임 경영이 핵심 화두로 강조된 만큼 조직 개편이나 역할 분담 등 개선 의지가 엿보인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내부통제의 성패는 CEO의 의지와 실천에 달려 있다"며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 CEO들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 원장의 이날 발언은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증권업계까지 확대·권고한 책무구조도 도입과 연이은 전산장애 등에 따른 투자자 피해 사례, 아직도 뿌리가 뽑히지 않는 불공정거래 등 증권가에 만연한 악습들에 대해 다시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직 내 설치된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부서의 독립성도 보장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최고 결정권자인 경영자들이 독립성이 요구되는 이사회 의장도 함께 맡고 있는 경우나 내부통제 관련 업무를 하는 본부나 부서의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해석에서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 최종 책임자로서 해당 조직에 독립적으로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 달라"며 "금감원도 회사의 위험이나 내부통제 역량에 따라 우수 회사에 자율관리 기회를 부여하는 등 감독 수준을 차등화해 자율성·책임성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민간에 전하는 메시지의 강도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장에 참석한 증권사 CEO들은 당국의 주문에 공감하는 분위기를 형성했고, 다수 증권사가 지난해부터 당국 권고 등에 따라 책임 경영을 이행하고 있는에도 더욱 자세히 관리를 이어가면서 강화·확대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직접 경영에서는 손을 뗀 오너부터 당국의 입김에 책임 경영을 이행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미래에셋그룹 창업주인 박현주 회장이 최근 미래에셋증권 책무구조도에 스스로 등재되면서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회장직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박 회장은 앞서 수년간 비상근 회장직만 유지하면서 그룹 내 글로벌전략가(GSO)로 활동해 왔으나, 이번 책무구조도 포함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 중장기 방향성 수립과 글로벌 사업 기회 발굴에 책임을 맡을 예정이다.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을 최근 책무구조도에 포함한 대신증권도 미래에셋증권과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이 회장은 대신증권에서 증권부문 총괄은 물론 ESG위원회 총괄까지 도맡을 계획이다.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키움프라이빗에쿼티 대표 및 키움증권 사내이사가 지난 6월부터 키움증권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선임된 것도 오너의 책임 경영 일환으로 풀이된다. 김 이사는 키움증권 창업주인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그간 그룹 내 소규모 계열사 경영만 맡아오다가 올해부터 본체인 키움증권 사내이사로 올라 본격적인 책임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김 이사는 지주사인 이머니를 통해 이미 지분법상 다우키움그룹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만큼,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의무 이행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키움증권 사내이사로 합류했으나, 비상근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책무구조도 이행을 위한 처사로 풀이된다.
전문경영인의 책임 경영 의지도 돋보인다.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으나 지난달 책무구조도에서 다루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겸직 관행 지적에 따라 이사회 회장에서 물러났다. 최근 자금세탁방지 보고책임자가 맡던 업무의 감독 책임을 맡은 것도 의지의 일환이다. 또 메리츠증권 대표이사인 장원재 대표가 그간 함께 맡아온 이사회 의장직을 반납하는 등 추세를 반영하는 증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 오너나 CEO들의 책임 경영이 당국 압박에 따른 일회성 조치나 구조적 차원이 아닌 실제 수치로 나타나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리테일 부문 비중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책임 경영을 이해하는 것도 대형사 대비 여력이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지난 7월 책무구조도 시행 전 진행한 컨설팅 과정에서 권고한 내용들이 반영됐는지 점검하고 있다. 개선 권고에도 반응이 없던 증권사들이 최근 들어 오너의 직무 추가 등을 통해 이를 만회하고 있으나, 여전히 회피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정부의 조직개편에 따라 새롭게 출범한 금융당국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책임 경영은 재차 강조되는 만큼 불공정거래나 전산장애, 불완전판매 등 실질적인 내부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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