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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 후속 협의 지연…현대차, 美 HEV '불리한 경쟁'
日 관세 인하, 韓은 지연…EV 보조금 종료까지 겹악재

한미 정부가 지난 7월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후속 협의가 지연되면서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현대차그룹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현대차
한미 정부가 지난 7월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후속 협의가 지연되면서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현대차그룹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현대차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한미 정부가 지난 7월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후속 협의가 지연되면서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현대차그룹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관세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을 찾았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전날 귀국했다.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세부 조율에 나섰지만, 양측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미는 실무 협상이 교착에 빠지자 장관급으로 격상돼 추진됐지만, 금융패키지 운용 방식과 수익 배분을 둘러싼 입장 차가 커 결론을 내지 못했다.

후속 협의가 늦어지면서 일본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일본산 자동차는 오는 16일부터 관세율이 27.5%에서 15%로 인하되는 반면 한국산은 여전히 25%가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불리한 가격 환경 속에서 경쟁사 대비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가격은 3만290달러, 도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는 3만2850달러인데 여기에 각각 25%, 15%의 관세를 모두 판매가에 전가할 경우 스포티지는 3만7863달러, 라브4는 3만7778달러가 된다. 관세 인하가 지연되면 한국산 주력 SUV가 일본산보다 가격 우위 지위를 상실하는 셈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수익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판매가격 인상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전기차(EV) 보조금 종료와 맞물려 현대차에 더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제공해온 EV 세액공제가 이달 말 종료되면서 소비자 수요가 하이브리드차(HEV)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HEV 생산 기지가 없어 판매 물량 대부분을 국내에서 수출하고 있다. 판매가 늘어날수록 관세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지난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헌우 기자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지난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헌우 기자

설상가상으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미국 배터리공장 완공도 차질을 빚고 있다. 양사가 43억달러(약 6조원)를 공동 투자한 이 공장은 내년부터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셀을 양산해 현대차그룹에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미 당국의 단속 여파로 최소 2~3개월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EV 수요와 공급 모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체재로 주목받는 HEV 판매 확대 전략도 힘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올해 1∼7월 현대차·기아의 대미 HEV 수출은 16만1975대로, 같은 기간 미국 내 HEV 판매량(16만4913대)과 맞먹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대응책으로 조지아주 HMGMA 공장에 HEV 생산라인을 신설해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완공은 빨라야 내년에나 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의 HEV 판매는 최근 몇 년간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2021년 9만614대에서 2022년 12만4191대, 2023년 18만3541대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2만2486대가 팔렸다. 올해도 1∼8월 판매량이 19만8807대로 전년 동기 대비 47.9%나 증가했다. 하지만 관세 장벽이 지속되면 이 같은 성장세가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워즈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8월 미국 HEV 시장 점유율은 도요타가 51.1%로 1위, 혼다가 17.0%로 2위를 기록했고 현대차·기아는 12.3%에 그쳤다. 일본 업체들이 관세 인하 효과까지 등에 업을 경우 한국산 브랜드의 입지가 더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관건은 협상 속도다. 합의 틀은 마련돼 있지만 실제 발효 시점 등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관세 25%가 유지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현대차의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협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기업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구두상으로 15% 인하 합의는 했지만, 실제 이행까지 조건이 많아 불확실성이 크다. 그만큼 현대차로서는 재고를 줄이고 출고 시점을 조율하며 시간을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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