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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135만가구 공급' 초강수…집값 잡을 힘 있나?
공공주도·속도전 방점…매년 수도권 27만가구 공급
이재명 정부 첫 주택공급 카드…시장 반응은 '냉랭'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미소 짓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미소 짓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정부가 주택 시장 판을 뒤집는다. '공공주도'와 '속도전'을 내세워 서울·수도권에 5년간 135만가구를 쏟아붓고, 착공 기준으로 공급 속도를 끌어올려 집값 안정까지 노린다는 전략이다. 수도권 도심을 겨냥한 대규모 공급 카드가 제시되면서, 불황에 빠진 주택 시장 판이 바뀔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현실화 가능성과 단기 효과에는 의문이 남는다. 내년부터 공급 절벽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집값 안정 효과 역시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매년 27만가구, 총 135만가구를 서울·수도권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핵심 수단은 LH 직접 시행, 도심 내 유휴부지·공공청사·학교용지 활용, 노후 공공임대 재건축, 1·3기 신도시 정비사업 신속 추진 등이다. 특히 LH의 역할이 주목된다. 그동안 '땅장사'라는 비판을 받아온 LH가 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주택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민간 건설사는 설계·시공만 맡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 구조로 개편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37만2000가구 규모의 공공택지를 조성하고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도심 내 유휴부지·공공청사·학교용지 인근 부지를 활용해 3만8000가구를 공급하고,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건축을 통해 2만3000가구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다만 LH의 직접 시행에는 현실적 제약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LH는 지난해 9월 기준 수도권에서 단 한 건의 착공도 이루지 못했고, 전국 착공 실적도 2946가구에 그쳐 연간 목표의 6%에도 못 미쳤다. 실행 역량에 근본적 한계가 드러난 셈"이라며 "부채 규모도 올해 170조원에서 내년 192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공공택지 판매 지연과 임대주택 운영 손실이 겹친 결과다. 임대주택 단기 현실화, 미매각 토지 처리, 부채 관리 계획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구호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 공급 확대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 공급 확대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성과주의 집착하면 중장기 계획 품질 해칠 수 있어"

유휴부지·공공청사·학교용지 활용 계획에도 제약이 많다. 양 위원은 "대부분 공공물량 위주라 일반 분양은 적고, 기존 영구임대 거주자의 임시 주거 문제와 주거비 부담도 따른다"며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은 기대 효과는 크지만 착공 사례가 없어 실현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학교용지도 용도 변경과 지자체 협의 등 행정 절차가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의 또 다른 특징은 공급 관리 기준을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바꾼 점이다. 그동안 정부의 공급 계획은 인허가 기준으로 산정돼 실제 준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양 위원은 "이번 대책은 단순한 공급 계획 수립이 아니라 착공 실적을 기준으로 성과를 관리하겠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기존 정부의 공급 계획이 계획에 그친다는 비판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규모 공공사업은 착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단기 성과주의에 집착하면 중장기 계획의 품질을 해칠 수 있다"며 "정량성과 실효성의 균형을 꾀한 점은 바람직하지만, 유연한 운용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충분한 주택이 공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민들이 주택공급에 대한 지속적인 확신을 가지실 수 있도록 하고, 공급된 주택이 실수요자들에게 공정하게 공급될 수 있는 시장 구조가 확립되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재명 정부 첫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 집값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팩트 DB
전문가들은 이번 이재명 정부 첫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 집값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팩트 DB

◆ "공급 의지는 긍정적"…단기 효과 미미, 실행력이 관건

결국 이번 대책은 중장기적으로 공급 기반을 강화하는 의미는 있지만, 집값 안정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양 위원은 "강남3구, 용산구 등 핵심지역 수요를 직접 흡수할 수 있는 인센티브 설계나 제도개편은 부재하다. 때문에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세와 '똘똘한 한 채' 집중 현상은 계속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며 "또한 공공주도 방식은 빠른 인허가, 부지확보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민간 건설사 참여 없이는 브랜드, 설계·품질, 분양 마케팅 등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자산가치 보전·생활 편의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실수요 흡수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대책은 도시 외연 확장·틈새 부지 공급 확대에는 유효하지만, 핵심 수요의 정책적 해소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가능하다"며 "실질적인 시장 안정 효과를 위해서는 민간 브랜드 도입만이 아니라, 강남권·도심권 정비사업의 규제 완화, 민간 유인 인센티브 제도화 등 정비사업 구조 개편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고 했다.

시장은 이미 익숙한 '레퍼토리'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공급 확대 발표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너무 익숙한 내용이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시장 안정 효과를 가져오기에는 아쉬운 부분"이라며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을 감안하면 LH의 직접 시행 능력을 장기적으로 늘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기존의 적자 부분을 충당하면서도 직접 시행을 통해 얼마만큼의 주택공급가격 인하를 끌어낼 수 있는지 등도 풀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정부는 부동산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한 조사·수사 전담 조직도 새로 만든다. 자금출처 조사도 강화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국토부 장관에게 부여해 신속하게 대응한다.대출 규제도 함께 강화한다.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40%로 조정하고, 임대사업자 대상 주택담보대출은 전면 제한한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는 2억원으로 일원화한다.

한편 한국주택협회는 정부가 내놓은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 "공공의 선도적인 공급과 민간 부문 규제 개선의 조화가 이뤄진 균형 잡힌 대책"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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