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반복 발생한 기업 '공공입찰' 제한

[더팩트|이중삼 기자]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을 뜯어고치겠다."(이재명 대통령)
연이은 건설현장 사망사고에 이재명 정부가 '산업재해 전쟁'을 선포했다. 반복적으로 중대재해 사고를 낸 기업을 공공입찰에서 배제하는 초강수를 예고하자 건설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국회에서는 건설사에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정부는 산업재해를 뿌리 뽑겠다는 확고한 태도를 보이지만, 업계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벼랑 끝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현장 현실을 반영한 정밀한 대책 없이는 경영자·노동자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대통령은 산업재해와 관련해 연일 작심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9일에는 "모든 산재 사망 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고, 12일에는 "돈을 아끼려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자 사회적 타살"이라며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하면 더 큰 손해를 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강경 기조의 연장선에서 정부는 입찰 자격 영구 박탈, 금융 제재, 파격적인 신고 포상금 지급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지난 20일 '2025년 제3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국가계약제도 개선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핵심 내용은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하고,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제한경쟁입찰 사유에 '안전부문 자격 제한' 요건을 새로 도입한다. 안전분야 인증, 안전 전문인력, 기술 보유 상태 등을 추가해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사업은 자격 미달 업체의 입찰 참여를 제한한다. 낙찰자를 선정할 때도 안전 평가를 강화한다. 공공공사 낙찰자 평가 과정에 '중대재해 위반' 항목을 감점 항목으로 신설한다. 아울러 기업의 안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적정 공사비 반영과 행정비용 부담 완화 등 지원책도 마련된다.
임기근 기재부 제2차관은 "안전을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정착시키고, 안전 불감 기업은 공공입찰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국내 건설노동자 사망률…OECD 경제 10대국 중 최고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 10대국과 비교해도 건설업 사망자 비율이 높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23년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사망자 비율)이 1.59퍼밀리아드(만분율)로, OECD 10대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들 국가의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 평균은 0.78에 불과하다. 한국 평균 대비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 수치는 한국 건설노동자가 다른 국가에 비해 사고 위험에 훨씬 더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국회에서는 건설노동자의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한 '건설안전특별법'이 발의됐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에 연매출 3% 과징금 부과, 1년 이하 영업정지 등 처벌을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반복적 중대재해를 줄이고 건설사 안전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11명이 공동 발의했다. 지난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고, 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문 의원은 "건설공사 참여자별로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며 "건설사고가 발생하면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사고손실 대가가 예방비용보다 크다는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고 했다
건설업계는 강하게 반발한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여러 규제가 시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 처벌 법안이 나오면 기업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게 되면 기업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재검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입찰 제한도 기업 운영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사고 예방의 중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산재로 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조치는 사실상 기업 운영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징벌적 규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종합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상헌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20일 건설회관에서 열린 '새 정부 건설산업 활력 촉진 동력 규제 개혁 대전환 세미나'에서 "건설산업의 높은 중대재해 발생률을 낮추고, 동시에 산업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규제 다이어트를 통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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