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내 주식 보유 규모 900조 돌파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외국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국내 증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종목은 매매 동향에 따라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해, 수급 불안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외국인 지분율이 절반 이상인 국내 상장주식(코스피·코스닥)은 총 25개 종목이다. 그중에서도 △동양생명(81.38%) △한국기업평가(80.74%) △GRT(78.71%) △KB금융(77.82%) △S-Oil(74.51%) △삼성전자우(74.22%) △클래시스(70.42%) 등 7개 종목은 외국인 지분율이 70%를 웃돈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주식시장 부양 기대감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지분율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주식 시장 유입은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고, 무역 협상 타결 기대가 투자 심리 개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들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900조원을 돌파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일 발표한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은 921조609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27.7%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673조7470억원) 대비 37% 급증한 수준으로, 역대 최대다.
이 같은 상승세는 지난달 31일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급반전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이 공개되자 다음 날인 1일 외국인은 하루 만에 763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는 4% 가까이 급락했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한국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씨티그룹은 지난 1일 발간한 보고서 '글로벌 매크로 전략'에서 신흥 아시아 시장에 대한 비중을 '중립'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일반적으로 세금 개편은 시장에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지만, 이번 조치는 시장 가치를 높이려는 '코리아 업' 프로그램의 취지와 180도 반대 방향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장기화할 경우 지분율이 높은 종목의 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종목들은 지분율 변동에 따른 주가 민감도가 클 수밖에 없다"며 "매도세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이들 종목의 하락 리스크가 그만큼 확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 외국인 자금 흐름은 국내 주식시장의 등락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수급 없이는 '코스피 5000' 달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며 "과거 10년간 코스피 주가 상승률과 외국인 순매수 비율의 상관계수는 +0.5 수준이었으나, 최근 3년과 1년은 각각 +0.7, +0.8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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