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어느덧 8월입니다. 올해 여름,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다름 아닌 한국과 미국의 무역협상이었죠.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에 상호관세율 25%를 부과한다고 밝혔는데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효를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양국 정부의 무역협상을 통해 15%로 인하됐습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한국 정부는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별도로 1000억달러(약 139조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및 기타 에너지 관련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이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인들이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는데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직접 미국으로 가 막판 조율 과정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당일 코스피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8% 내리며 3245.44에 장을 마감했는데요. 이는 상호관세 인하로 한숨 돌리긴 했지만 무관세를 적용받던 품목에 관세가 부과돼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며 투자자들의 불안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공개되며 이달 1일까지 불안감이 이어졌고 코스피 지수는 4개월 동안 가장 큰 하락률을 보였습니다.
◆ 일정 제쳐두고 미국行…이재용·정의선·김동관 관세 협상 '숨은 조력'
-먼저 지난주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미국과의 관세 협상 이야깁니다. 지난달 31일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의 협상 타결이 이뤄졌는데요.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기까지 국내 주요 기업인들이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고요?
-맞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막판 조율 과정에서 지원 사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재용 회장의 경우 주요 일정을 취소하면서까지 관세 협상을 적극 지원했죠.
-민간사절단을 꾸려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것일까요?
-아닙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기업 총수들이 자발적으로 미국에 갔다"고 설명했는데요. 지난달 28일 기업인 가운데 가장 먼저 미국으로 떠난 김동관 부회장은 미국 측 주요 관심사인 조선업 협력과 관련한, 이른바 '마스가(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서 한 축을 담당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스가' 프로젝트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입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29일 미국에 도착했는데요. 현지 인맥을 총동원하는 동시에, 반도체 투자 확대 및 현지 기업들과의 각종 기술 협력 등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이어 지난달 30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정의선 회장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 측 입장을 적극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정의선 회장은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난 경험 등을 통해 이번 협상에서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210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죠.
끝으로 류진 회장은 '미국통' 경제인으로 꼽힙니다. 그는 상·하원 의원 등 핵심 인사들과 만나며 협상 타결을 물밑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내 핵심 산업과 관련된 기업인들이 적극 대응한 덕에 상호관세율을 낮출 수 있었을 것으로 관측되네요.
-일조한 측면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정부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인데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 타결 이후 "재계 지도자들이 와서 미국 내 인맥을 총동원했다"며 "의회, 기업, 재계 등 민관 총력 체제로 한 게 분명 도움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김용범 정책실장도 "기업들이 주요 분야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적극 협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도 국익 차원에서 여러 큰 산을 넘어야 할 일이 생길 텐데, 민관 '원팀'으로서 국내 기업인들의 역할이 계속 중요할 것으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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