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플랫폼 확대가 반전 열쇠 될지 관심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4대 은행 계열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 순이익이 뒷걸음질 치면서 그룹 실적을 정체시켰다. 기업금융에 집중하고 있는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청사진이 실적 후퇴와 맞물려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5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경영실적에서 우리금융은 위험가중자산(RWA)을 지난해 말 235조1000억원에서 6월 말 230조4110억원으로 2% 축소했다.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 RWA 역시 192조90억원에서 186조7870억원으로 2.7% 감소했다.
CET1(보통주자본) 비율 방어를 위해 고위험·저수익 여신을 과감히 조정한 것이다. 이에 CET1비율은 12.76%를 기록했다. 우리금융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르면 CET1비율 지난해 말 12.3%, 올해 말 12.5% 달성을 목표로 했다. 상반기 기준 목표치를 뛰어넘었다. 그러나 타 금융지주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KB금융 13.74%, 신한금융 13.59%, 하나금융 13.39% 등과 비교하면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가장 낮다.
가장 큰 손질이 들어간 곳은 중소기업 대출이다. 우리은행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올 상반기 133조4360억원에서 126조1010억원으로 5.5% 줄었다. '기업금융 명가' 구호와 정면충돌한 수치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중소기업 대출을 줄여 CET1비율 하락을 방어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잔액 축소에도 부실채권(NPL)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은 1조510억원으로 34.57% 증가했다. 연체율도 0.4%로 0.1%포인트 올랐다.
대기업 대출은 52조9010억원으로 소폭(0.9%) 늘었으나 중소기업 금리보다 낮은 탓에 마진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이는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한 IBK기업은행과 대조적이다. IBK는 상반기 중기대출 잔액이 258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1조3000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고 시장점유율(24.4%)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이 상반기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순익이 줄었다는 사실은 뼈아프다. 상반기 우리은행 순이익은 1조5510억원으로 7.6% 감소해 그룹 부진을 이끌었다. 우리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1조551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1.6% 줄었다.
다른 은행들과 대조적인 결과다. 신한은행은 2조2668억원(10.4%↑), 국민은행은 2조1876억원(45.27%↑), 하나은행은 2조851억원(19.1%↑)의 순익을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대출 포트폴리오를 손보며 자본비율은 지킨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론 외형·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 설계가 필요하다. 하반기부터는 PF 충당금 추가 부담과 가계대출 성장 한계가 겹치면서 실익 검증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가계대출 잔액은 147조6130억원으로 3조2020억원(2.2%)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담보부) 잔액이 3.3% 늘어 신용대출 3.5% 감소분을 만회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가계총량 규제 고삐를 죄고 있어 하반기 모멘텀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우리은행은 주담대 외에도 담보·보증부 SOHO(자영업) 대출과 외환·물류 플랫폼 연계 수수료 비즈니스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올해 1월 취임한 정진완 행장은 우리은행 내 대표적인 ‘중기통’으로,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지낸 기업금융 전문가다. 그는 기업금융 중심 전략에 따라 기업·가계 대출 비중을 2027년까지 60:40으로 조정하고, 기업대출 점유율 1위 도약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상반기 실적은 이 같은 전략이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자본비율을 지키기 위해 핵심인 기업여신을 줄이면서 수익성이 흔들린 것이다. 하반기에는 △플랫폼 기반 수익화 △PF 리스크 관리 △가계대출 규제 대응이 실적 반등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어 기업금융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우리은행은 조직개편·플랫폼 확대를 통한 반전 시나리오를 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기업영업 의지를 다졌다. 우리은행은 최근 하반기 조직개편에서 '소호사업부'를 신설했다. 소호 전용상품 출시와 경영 컨설팅을 전담하도록 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기업그룹 산하에는 '기업시너지팀'을 신설했다.
정 행장은 기업데이터 관리 플랫폼 '원비즈e-MP'를 지난달 출시했으며, 올해 말까지 원비즈플라자 가입 기업을 10만 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플랫폼은 상거래 데이터를 연동해 금융지원, 미정산 대금 관리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이외에도 우리은행은 3분기까지 총 15조 원 규모의 기업대출 금리우대를 시행 중이며, 4분기에도 추가 지원을 검토 중이다. 또한,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협력해 주요 산업 협력기업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기업금융 강화를 위해 퇴직 전문가를 재채용해 현장 중심의 컨설팅도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수익성 방어 전략과 관련해 "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당국에서 연초에 밝힌 각 은행별 총량에서 금년 하반기 목표 대비 절반 수준으로 당국하고 조율해 진행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호(SOHO) 대출은 자산 건전성 강화를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의 일환으로 일부 축소됐다. 특히 시중은행 대비 부동산 임대업 관련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우리 33.4%, 시중은행 평균 29.5%) 이었다"며 "이에 따라 임대업 중심의 여신을 선제적으로 조정하고, 제조업, 신성장 산업, 첨단산업 등 생산적 부문 중심으로 자산구조를 전환해 새정부의 의도에 맞게 자영업대출도 임대업에서 실물경제 중심의 자영업자들에 대한 금융지원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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