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강남원효성빌라 1550만원 달해
원자잿값 상승과 조합 특화설계 요구 맞물려

[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의 공사비가 1000만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건설사들의 원자잿값과 인건비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조합들의 아파트 고급화 요구가 뚜렷해지면서 공사비가 치솟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10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고 3.3㎡ 공사 예정가를 1120만원으로 책정했다. 여의도 내 재건축 추진 단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교아파트 조합은 "조합이 고급화를 통해 재건축 이후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대부분의 국내 재건축 아파트가 유사한 형태에 머무는 문제를 극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조합은 130여 페이지에 달하는 시공사 입찰 공고문 중 80페이지를 차지하는 '공동주택 성능요구서'를 차별화했다. 이 요구서는 자재, 시공 방식, 품질 기준 등 시공 전 과정과 사후관리까지의 기준을 정량화한 문서다. 기존 재건축 단지들이 타 단지의 요구서를 그대로 사용하는 관행에서 벗어났다.
조합은 25m 6레인 수영장, 골프연습장, 요가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은 물론 최상층에 한강 파노라마를 조망할 수 있는 옥상정원과 티하우스 등이 포함된 스카이 커뮤니티를 조성할 계획이다.
다음달 11일 입찰을 마감하는 압구정2구역 역시 3.3㎡당 공사비가 1150만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는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은 지난해 4월 3.3㎡당 공사비 1300만원에 계약했다. 2017년 시공사 선정 당시 569만원에서 2배 넘게 올랐다. 단지가 소규모인데다 힐스테이트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로 변경되면서다. 조합은 공사비가 오르더라도 고급 단지로 자리매김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원자잿값이 오르기도 했지만 조합이 고급화를 요구하면서 공사비가 급등한 것으로 본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공사비가 오르더라도 재건축에서 스카이브릿지, 고층, 커뮤니티시설 등 특화 설계를 크게 원한다"며 "분담금이 좀 늘더라도 아파트 준공 이후의 가치 상승에 더 집중한다"고 말했다.

공사비 상승 요인은 또 있다. 지난달 말부터 민간아파트를 지을 때도 제로에너지건축물(ZEB) 5등급 수준으로 강화된 에너지 기준이 적용된다. 등급 인증을 받으려면 현관문, 창호 등의 기밀성을 높여 에너지를 절감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해 에너지 자립률을 높여야 한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로에너지건축물은 일반 공사비보다 30%가량 높아 기존 인센티브 정책으로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쉽지 않다"며 "민간 분야 녹색건축 활성화를 위한 추가 인센티브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공사비 지수는 하락세로 전환됐다. 올해 5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1포인트(p)로 전월 대비 0.04% 하락했다. 4월(131.06)에도 0.04% 하락하면서 2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0.62% 증가했다. 상승폭은 4월(0.75%)부터 2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직접공사비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수다. 2020년 100을 기준으로 한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물가가 급등하면서 2020년 이후 30%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자재 가격이 안정화 추세가 유지되면서 당분간 공사비는 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2023년 이후 자재별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자재 가격은 안정화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정부의 건설공사비 안정화 노력 역시 자재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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