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18곳 중 187곳 '분쟁 중'
정부 45년 만에 대수술 예고

[더팩트|이중삼 기자]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부실한 조합 운영·추가 분담금·공사비 등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정부에 따르면 전국 지역주택조합 10곳 중 3곳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재명 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실태조사를 지시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공정거래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 등과 특별점검에 착수한 상태다. 주택 업계에서는 제도 도입 45년 만에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4일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618곳 지역주택조합 중 187곳에서 293건의 분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분쟁이 발생한 주요 원인은 부실한 조합 운영과 탈퇴·환불 지연, 공사비 등이 꼽혔다.
실제 한 지역주택조합 조합장은 지정된 신탁계좌가 아닌, 금융기관 계좌를 통해 가입비 등을 납입받아 업무상 횡령·배임 등으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시공사로부터 실착공지연·물가변동 등을 이유로, 최초계약금액의 약 50% 정도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받아 조합원 부담이 가중된 사례도 있었다.
지역주택조합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 소유자들이 조합을 설립해 토지를 확보하고 주택을 건설하는 제도다. 서민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1980년 도입됐다. 일반 분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서민층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토지확보의 어려움을 겪거나, 추가 분담금으로 인한 조합원 피해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지속돼 왔다.

◆ 국토부 등 특별점검 착수…필요 시 사법조치
이재명 대통령도 제도개선을 강하게 주문하며,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 미팅'에서 "전국 지역주택조합에 문제가 있다"며 "이미 지시해서 실태조사·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발언 이후 국토부 등 중앙 부처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토부는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근절하고, 조합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공정위·권익위 등 6개 기관과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특히 분담금·공사비가 과도하게 증가한 사업장은 증액 내역·규모의 적정성 등에 대해서 점검해 조합원의 피해 예방을 지원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계약 과정이나 조합 탈퇴·환불 관련한 불공정 요소들을 점검한다. 권익위는 분쟁 원인을 조사하고, 원활한 사업 추진을 지원한다. 시·군·구는 개별 조합별로 조합원 모집 과정에서의 거짓·과장광고, 분담금 사용과 각종 계약 과정에서의 불공정 여부 등 조합 운영 전반에 걸친 불법·부당행위 일체를 점검할 계획이다.
이번 실태점검과 특별합동점검은 다음 달 말까지 시행된다. 불법·부당행위가 적발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시정요구·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필요한 경우, 수사의뢰 등 사법 조치도 추진하기로 했다.

◆ 문제 해결 실마리…공사비 검증제 의무화·패널티 도입 필요
지역주택조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사비 갈등을 풀기 위한 해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9일 발표한 '국토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지역주택조합 문제로 대규모 공사비 증액·조합 운영 불투명·토지 확보 등을 꼽았다.
특히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국토연구원의 지적이다. 대구 사례를 보면 준공 4개월 전, 시공사가 약 30%(674억원) 증액된 공사비를 청구하면서, 조합원당 평균 1억80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기도 했다. 업무대행사의 실질적 사업 주도에 따른 책임 불명확 문제, 허위·과장 광고를 통한 모집 행위 등 사례도 빈번했다.
보고서는 "지역주택조합은 구조적으로 대체 가능한 사업주체가 부재한 경우가 많아, 시공사와의 계약 변경이나 해지가 전체 사업의 지연 또는 무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이로 인해 조합의 협상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정책 대안으로 공사비 검증제 의무화·표준계약서·분쟁조정위원회 도입·패널티 부과·정보공개시스템 구축·지자체 감독권한 확대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과도한 공사비를 청구한 기업에 페널티를 부과해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방안 강구해야 한다"며 "부당한 공사비 증액 청구 기업에 대한 공공입찰·공공택지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사업추진의 핵심 주체인 업무대행사의 책임성을 제고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사업 투명성을 강화해 선의의 피해자를 예방할 수 있는 정책 추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역주택조합 사업 관련한 조합원들의 피해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점검결과 등을 통해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복기왕 더민주 의원, '공사비 증액 적정성 검증 의무화' 법안 발의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제도개선을 위한 입법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지역주택조합의 공사비 증액에 대한 적정성 검증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정 비율 이상의 공사비가 증액되거나, 일정 수의 이상이 동의하면 '도시·주거환경정비법'에서 정한 정비사업 지원기구인 전문기관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복 의원은 "부실 조합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입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많은 조합이 표류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이 투명한 공사비 검증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정적인 주택공급 해법을 모색하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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