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크로 도입·거래서류 자체 보관…정보보호·실효성 우려도
[더팩트｜우지수 기자] 션 양 알리바바닷컴 글로벌 사업개발 총괄 본부장은 "무역에서 가장 큰 장벽은 신뢰 부족"이라며 "한국 중소기업들이 안심하고 글로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보호 장치를 제공하겠다"고 지난 7일 말했다.
알리바바닷컴이 국내 중소기업의 B2B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트레이드 어슈어런스(Trade Assurance)'를 한국에 공식 도입했다. 거래 보호와 분쟁 중재 기능을 앞세워 셀러 모집에 나섰지만, 데이터 보호와 분쟁 대응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알리바바닷컴은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호텔에서 '트레이드 어슈어런스 서비스 국내 공식 도입'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알리바바닷컴은 국내 제조업체들이 해외 온라인 바이어들에게 제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리바바닷컴에 따르면 이번 서비스 출시로 한국 중소기업이 해외 시장에 보다 쉽게 진출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한국 상품 등록 수는 전년 대비 40%, 셀러 수는 80% 증가했고 상품 노출량도 50% 늘었다. 최근 부산에 사무소를 개설하며 한국 셀러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레이드 어슈어런스는 거래 대금을 알리바바닷컴이 에스크로(결제 대금을 제3자가 일시 보관하는 방식)에 우선 보관하고 바이어가 거래를 최종 확인한 이후 셀러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거래 과정 전반의 계약서, 물류 증빙, 비용 내역 등 모든 자료를 온라인 플랫폼에 기록하고 분쟁 발생 시 이를 바탕으로 중재가 진행된다. 셀러는 거래 성사 건수와 신뢰도를 쌓아 검색 노출을 늘릴 수 있다.
썸머 가오 알리바바닷컴 글로벌 공급망 총괄은 "트레이드 어슈어런스는 단순한 거래 보호를 넘어 한국 셀러의 신뢰도를 높이고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도구"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서비스 도입과 함께 데이터 보호와 법적 분쟁 처리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기록과 분쟁 관련 자료는 모두 알리바바닷컴의 시스템에 저장된다. 이 데이터가 중국 본사 서버에서 관리된다면 국내 기업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국내 법으로 직접 보호받기 어렵거나 해외 법에 따라 정보가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24년 알리바바 그룹 계열사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중국 내 판매자 18만곳에 무단 제공해 과징금 19억원을 부과받았다. 이번 서비스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정보 이전과 활용에서 위험이 발생한 사례다.
국내 기업이 셀러로 진출한 뒤 해외 바이어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알리바바닷컴이 제공하는 온라인 중재 절차의 실효성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됐다. 알리바바닷컴은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랫폼 내에서 신속한 중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적 분쟁으로 불거졌을 경우 플랫폼이 수집한 서류에 대한 법적 판단은 각국 법원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통 오류나 셀러와 바이어 간 오해를 풀어주는 데는 알리바바닷컴의 거래 데이터가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법적 분쟁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플랫폼 내 중재만으로는 완벽한 해결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셀러들에게 채널로서의 신뢰성 확보를 대대적으로 강조하고 나선 만큼 알리바바닷컴이 국내 기업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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