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지난 1일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11년 만에 보험업에 복귀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은행·증권·보험·카드를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다시 완성했다"며 "1등 금융그룹 재도약의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두 생보사의 낮은 K-ICS(킥스) 비율과 노조 갈등 등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일 중국 다자보험그룹에 동양·ABL생명 인수대금 1조 5493억원 중 계약금으로 먼저 납부한 1549억원(10%) 이외의 잔금 지급을 마치며 두 회사의 자회사 편입을 완료했다. 이에 우리금융은 11년 만에 '보험 퍼즐'을 채웠다. 지난해 8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 10개월 만의 '빅딜'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초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통한 증권업 진출에 이어 금번 보험업 진출까지 마무리하면서 은행·증권·보험 등을 모두 갖춘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완전 민영화 이후 1등 금융그룹 재도약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딛은 날"이라며 "방카슈랑스·자산운용·AI 대전환 등 다양한 시너지로 고객과 주주 모두에게 혁신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 회장은 편입 당일 동양생명·ABL생명 임직원에게 보낸 손편지에서 "이제 한 가족으로서 상호 존중과 소통을 바탕으로 우리금융그룹의 경쟁력을 높여가자"며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두 보험사의 안정적인 정착과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편입으로 우리금융은 2014년 우리아비바생명 매각 이후 비어 있던 보험 공백이 채워지면서 비은행 부문의 외형·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올해 1분기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은 각각 35조1605억원, 19조6791억원으로 합산 54조8396억원이다. 두 회사를 단일 법인으로 합칠 경우 생보업계 5위권 '중량급' 보험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의 영업망과 디지털 플랫폼 '우리 원더라이프' 등 그룹 채널을 활용한 방카슈랑스·자산관리(WM) 교차 판매가 본격화되면 비은행 이익 비중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만, 현재 두 생보사의 지급여력(K-ICS) 지표는 빨간불을 키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동양생명 K-ICS 비율은 127.2%로 권고치(130%)를 소폭 밑돌았다. 동양생명은 지난 4월 29일 5억달러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하며 K-ICS비율 회복에 나선 모습이다. ABL생명의 경우 1분기 K-ICS비율은 168.0%지만, 경과조치(자본감소분 인정) 적용 전 104.6%로 최소 요건(100%)에 근접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외형성장보다는 자본건전성에 중점을 두고 고객중심의 혁신적인 상품개발과 방카슈랑스·GA·디지털 채널을 활용한 판매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보험심사와 지급절차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반 기술을 도입해 고객에게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신용평가사들은 '그룹 지원 가능성'을 이유로 두 보험사의 보험금지급능력(IFS) 등급을 한 단계씩 상향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14일 동양생명을 'AA+·안정적', ABL생명을 'AA·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우리금융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이 반영됐다.

우리금융은 양사 '화학적 결합' 추진을 위해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사장(동양생명)과 영업통 곽희필 전 신한금융플러스 대표(ABL생명)를 각각 선임했다. 두 CEO 모두 과거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통합 경험이 있어 PMI 추진력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당분간 두 보험사의 사명을 유지하고 통합 과정 이후에는 '우리라이프' 또는 '우리금융라이프' 등으로 사명을 변경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신한라이프 통합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점은 큰 리스크로 존재한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양측 모두 강성노조를 보유한 가운데 인사와 조직, IT 통합등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양사의 노조는 고용 보장, 단체협약 승계, 인수 후 독립경영 보장, 매각 위로금 지급, 합병 시 노조와 합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동양생명 노조는 고용 보장과 '기본급 최대 1200%'의 매각 위로금을 요구하며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5.7%의 파업 찬성률을 기록했다.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통합작업(PMI) 지연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동양생명과 ABL생명 합병 시나리오로 간다면 생보업권 중위권 보험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금융그룹 관점에서도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그룹사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며 "다만, 양사 자본건정성 이슈와 노조 이슈와 매각위로금 이슈가 여전히 존재한다. 2~3년간의 IT통합, HR통합작업 등이 존재하는데 직원들 피로감이 증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의 동양·ABL생명의 자회사 편입에 따른 종합금융사로서의 포트폴리오 구축은 업계 전반의 경쟁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낮은 K-ICS 비율은 향후 영업실적 호조, 유사시 지주사 유상증자 등 그룹사 시너지를 통한 다양한 방법으로 회복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 언급되고 있는 노조 갈등 등은 당연히 이 시기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계획대로 진행해 나간다면 큰 문제 없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