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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불참 후폭풍…혼돈의 압구정 재건축
압구정2구역, 현대건설 단독 입찰 유력
"설계 차별화 제한되자 발 빼"
타 구역 조합 입찰 지침 마련 고심


삼성물산은 지난 20일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에 '시공사 선정 입찰 미참여 안내의 건' 공문을 발송했다. /황준익 기자
삼성물산은 지난 20일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에 '시공사 선정 입찰 미참여 안내의 건' 공문을 발송했다. /황준익 기자

[더팩트|황준익 기자] 삼성물산이 압구정2구역 재건축에서 발을 빼면서 타 구역 시공사 선정 역시 혼란에 빠졌다. 조합의 까다로운 입찰 조건이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1, 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경쟁 입찰이 유력했던 압구정2구역의 경우 수의계약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20일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에 '시공사 선정 입찰 미참여 안내의 건' 공문을 발송했다.

삼성물산은 "조합의 입찰조건을 검토한 결과 이례적인 대안설계 및 금융조건 제한으로 인해 당사가 준비한 사항들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초 압구정 아파트 맞은편에 프라이빗 라운지 '압구정 S.라운지'를 개관하며 압구정2구역 수주에 적극적이었다. 또 세계적 건축설계사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혁신적 대안 설계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대의원회의에서 △대안설계 범위 대폭 제한 △모든 금리 CD+가산금리 형태로만 제시 △이주비 LTV 100% 이상 제안 불가 △추가이주비 금리 제안 불가 △기타 금융기법 등 활용 제안 불가 등 이례적인 입찰 지침을 통과시켰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조합의 결정을 존중하나 현 입찰 지침으로는 월드클래스 설계 및 디자인 등 당사가 구현하고자 하는 글로벌 랜드마크 조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삼성물산이 출혈 경쟁을 피하기 위한 선별 수주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압구정2구역은 현대건설이 수년간 공을 들인 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초기 물밑 작업이 중요한데 압구정2구역은 4년 전부터 현대건설이 관심을 보인 반면 삼성물산은 뒤늦게 뛰어들었다"며 "이에 대안설계를 강점을 내세워 조합원 표심을 얻으려 했지만 조합이 이를 제한하자 승산이 없다고 보고 철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압구정 2구역은 2023년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구역으로 지정됐는데 대안설계로 가면 건축심의 등을 다시 받아야한다"며 "조합은 언제 또 될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재건축 속도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이 압구정2구역에서 철수하면서 현대건설의 단독 입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압구정2구역 조합은 이날 현장설명회를 열고 오는 8월 11일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9월 열린다.

삼성물산은 앞으로 압구정 타 구역 조합과 소통해 압구정 일대 수주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압구정 재건축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압구정2구역이 경쟁 입찰에 실패하자 타 구역 조합도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압구정2구역 조합이 사업 속도에 방점을 찍었는데 방향이 아쉽다"며 "충분히 경쟁 입찰까지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압구정2구역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타 구역에 랜드마크, 재산 가치 등에서 밀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타 구역 조합은 압구정2구역 사례를 보고 설계, 금융 등 입찰 지침을 어떻게 세울지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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