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충전 인프라·부품 전환, 최소 5년 이상 소요"
전력 생산·송전망 한계 지적도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50% 달성' 공약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기대와 회의가 교차하고 있다. 탄소중립 이행과 산업구조 전환의 일환으로 제시된 해당 목표는 전기차 대중화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의 현실을 고려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기차 판매가 정체되고, 보조금과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가운데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과 지원 체계가 병행되지 않으면 '공약(空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10대 공약 중 하나로 산업 전반의 탈탄소 구조 전환과 에너지 전환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국내 전기차 보급률은 지난 4월 기준 2.86%(73만3030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전기차 등록대수는 14만6734대로, 2022년(16만4324대)보다 9.7% 감소하면서 성장세도 한풀 꺾였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역성장의 원인으로 △전기차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부족 △배터리 안전성 논란 △고전하는 부품 공급망 등을 꼽는다. 특히 지난해 수입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안전성 우려가 커지며 소비자 신뢰도가 하락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단기간 내 보급률 50% 달성은 어렵다고 봤다. 일부 전문가는 향후 5년 내 가능한 수치는 20%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실행 계획과 산업 현장의 준비 수준을 면밀히 고려한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전기차는 연간 15만대 수준으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8~9%에 불과하다"며 "2030년까지 50%를 달성하려면 연간 80만~90만대를 판매해야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도 수소차 보급 30만대를 전제로 설계됐지만, 현재 수소차는 2만대도 보급되지 못한 상태"라며 "사실상 전기차에 모든 부담이 집중됐는데, 충전 인프라와 부품 업계 전환 등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부품 공급망과 생산 여건도 걸림돌이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부품사 상당수가 전기차 핵심 부품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견 3사는 대량 생산 기반이 취약하다"며 "보급률 50%를 달성하려면 최소 100조원 규모의 산업 전환 비용이 필요하고, 설비 구축만 해도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인프라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로 '전력 수급 구조'를 지목했다. 그는 "전기차 50% 보급을 전제로 할 경우 지금의 발전 설비로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원자력 발전소 확대와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 생산이 병행돼야 하고, 이를 수도권과 대도시권 등 수요 밀집 지역으로 보낼 수 있는 송전망 구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 당시 태양광 중심의 신재생 에너지 보급이 호남 지역에 집중됐지만, 해당 지역은 자동차 및 전력 소비 밀도가 낮아 공급된 전기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호남에서 생산한 전기를 서울이나 경기로 보내야 하는데, 송전망이 부족해 전기 이동이 제한된다"며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만으로는 답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조금 유지와 예산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 교수는 "전기차는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 낮아 보조금 없이는 소비자 수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판매 비중 50%를 목표로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조금 규모도 정부가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 가격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세제 지원과 보조금 정책을 병행하고, 이를 위한 예산 확보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인프라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대선 직전인 지난달 26일 열린 '전기차 급속 충전 인프라 확산 간담회'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공공 주도 확대 의지를 내비쳤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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