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소비 감소에 고물가로 인한 외식 소비 부진까지 겹쳐 이중고

[더팩트 | 문은혜 기자] 매일유업이 우유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탈피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외식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였으나 최근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로 유가공과 외식사업 실적이 동시에 부진해지면서 근심이 커지고 있다.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일유업 지주사인 매일홀딩스는 지난 1분기 유가공 사업과 외식 사업 모두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흰우유, 유기농우유, 분유, 발효유 등을 제조해 판매하는 유가공 사업부문의 1분기 매출액은 2669억원으로 전년 동기(2663억원)와 거의 비슷했으나 영업이익은 158억원에서 112억원으로 28.9% 감소했다.
커피전문점(폴바셋)과 요식 브랜드(더 키친 일뽀르노, 크리스탈제이드, 샤브식당 상하)를 직영으로 운영하는 외식 부문 매출은 지난해 1분기 5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494억원으로 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억원에서 올해 2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매일홀딩스에서 유가공 부문은 전체 매출의 약 절반을 담당하는 주력 사업이고 외식 부문은 몇 년째 공들이고 있는 신사업이다. 유가공 사업은 매일홀딩스 전체 매출의 약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비중이 조금씩 줄어드는 반면 외식 사업 비중은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로 최근 3년 간 매일홀딩스의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유가공 부문은 △2022년 69.9% △2023년 51.1% △2024년 49.8%로 축소됐고 외식 부문은 △2022년 8.6% △2023년 9.4% △2024년 9.4%로 조금씩 확대됐다.
유제품 제조·판매·수출입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주력 계열사 매일유업도 지난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일유업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5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3.3% 줄어든 130억원을 기록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환율상승, 국제 원부자재 가격 상승 및 제조경비, 가공비 등의 증가와 함께 통상임금 적용에 따른 인건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력 사업과 신사업 간 균형을 맞추며 실적을 방어 중이던 매일유업은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로 올해 1분기 이중 타격을 입으면서 근심이 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료품 소비가 줄어들면 외식 소비가 늘고, 외식 소비가 줄면 식료품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이전까지의 추세였는데 최근 고물가가 심화되면서 식품과 외식 소비가 동반으로 줄어드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분위기가 앞으로 몇 년간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매일유업의 실적 불확실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원유 소비량은 415만3000t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원유 소비 가능량도 전년 대비 3.7% 감소한 80.8㎏으로 조사됐다. 우유를 주로 소비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시장 규모가 갈수록 작아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여기에 오는 2026년부터는 미국산과 EU산 유제품에 붙는 수입관세도 철폐될 예정이라 유가공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관세가 사라지면 수입 우유의 가격이 국내산 우유보다 저렴해진다. 유통기한도 수입 우유가 국내산보다 길어 유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외식 사업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최근 고물가로 인해 가계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외식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급감했던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반등에 성공했지만 2023년 다시 -0.7%로 돌아섰고 2024년에는 -1.9%로 감소 폭이 더 커졌다.
다만 이같은 전망에도 매일유업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는 지난해 7월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강연에서 "우유만 파는 중소기업들은 2026년 이후면 다 없어질 것"이라며 "성인 영양식, 메디컬 푸드, 아이스크림, 커피, 식빵, 체험 목장 등 우유로 만들 수 있는 부가가치 사업을 늘려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매일유업은 4년 만에 새 외식 브랜드인 '샤브식당 상하'를 지난 3월 오픈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업계가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인 만큼 사업 다각화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불황을 어떻게든 버티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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