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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빨간불' 정유업계, 한국에만 있는 원료용 중유 개소세에 신음
완제품 부과 개별소비세, 원료용 중유에도 과세
철강 등 다른 업종과 형평성 맞지 않아…66개국 중 韓에만 존재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국내 정유업계가 불합리한 세제 구조까지 겹치면서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GS칼텍스 공장 전경. /GS칼텍스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국내 정유업계가 불합리한 세제 구조까지 겹치면서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GS칼텍스 공장 전경. /GS칼텍스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국내 정유업계가 불합리한 세제 구조까지 겹치면서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2분기도 경기 침체와 미중 관세 전쟁으로 실적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정유업계에서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원료용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세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유에 붙는 개별소비세는 리터(ℓ)당 17원으로, 정유사들은 연간 평균 300억원 가량의 과세를 부담하고 있다.

중유는 정유사들이 원유 대신 정제 원료로 활용하는 대체연료다. 정유사들은 정제마진이 악화될 때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유를 정제원료로 일부 투입해 제품을 생산한다. 원유 대비 10~20% 저렴하면서도 휘발유·경유 등 고부가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원유와 동일하게 원료용으로 사용되지만 국내에서는 중유가 '완제품'으로 분류돼 개별소비세가 부과된다. 현행 개별소비세법에 따르면 휘발유·경유·등유처럼 세금이 붙는 제품을 생산할 경우 정유사들은 중유 투입 때 낸 세금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다. 반면 항공유나 납사처럼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내수용 제품을 생산할 경우에는 이같은 혜택을 받지 못해 개별소비세가 과세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판매 중인 납사 가격에 개별소비세가 반영돼 납사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산업의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원가 경쟁력이 저하된다.

한국조세정책학회 연구에 따르면 OECD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66개국 가운데 27개국이 중유에 과세하고 있다. 이 중 원료용 중유에 소비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다른 산업과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 석유화학산업은 석화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류에 대해 개별소비세 면세를 적용받는다. 철강과 시멘트 업계도 산업용 유연탄을 원요로 사용할 때는 개별소비세를 내지 않는다.

이에 업계에서는 과거 2021~2022년 시행한 원료용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제 제도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국내 정유업계가 불합리한 세제 구조까지 겹치면서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박주선 대한석유협회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대한석유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악화 등으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국내 정유업계가 불합리한 세제 구조까지 겹치면서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박주선 대한석유협회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대한석유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 모두 실적이 악화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1분기 영업이익이 3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8% 감소했다. 에쓰오일은 1분기 매출액 8조9905억원, 영업손실 215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매출액 21조1466억원, 영업손실 446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는 매출액 11조1138억원, 영업이익 1161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6%, 72% 감소했다.

문제는 2분기 역시 전망이 암울하다는 점이다. 통상 2분기는 여행철 휘발유 수요가 느는 성수기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산유국의 잇따른 증산과 미중 관세 전쟁이 겹치면서 석유 수요는 둔화하고 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트럼프 관세 우려 및 OPEC+증산 가속화로 유가 하락이 재고 관련 손익에 반영되며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개소세 면세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박주선 대한석유협회 회장은 "전 세계가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화하면서 정유업계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다른 업종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정유사들이 영업이익이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개별소비세 면세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입법에 나섰지만 조기 대선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답보 상태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 문턱도 밟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세금 부담으로 국내 정유업계의 경쟁력 약화가 심각하다는 입장이다. 이종수 서울대학교 연구처장은 "정유업계는 66개국 중 유일하게 원료용 중유에 대해 개별소비세를 부과받고 있다"며 "원료용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면제해 국내 정유사의 원가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개별소비세 면제에 따른 세수 감소분의 일부는 법인세 세수 증가로 상쇄할 수 있다"고조언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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