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원장 언론인] 2005년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이 생산을 시작했다. 2010년에는 기아차가 조지아주에 공장을 세웠다. 당시 웨스트포인트의 한 주민이 집앞에 푯말을 세웠다.
‘주님 우리 마을에 기아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Thank you Jesus for Bringing KIA to our town!’
그리고 이번에 다시 조지아주에 첨단 공정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완공했다. 이렇게 들어간 돈이 줄잡아 우리 돈 30조 원. 그리고 지난 25일 이번엔 백악관에서 210억 달러(31조 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눈도장은 이렇게 찍는 것이다. 이렇게 연간 120만 대를 직접 미국에서 만들어 팔 계획이다.
이틀 뒤 트럼프대통령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에 61조 원이나 투자하지만)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현대 기아차도 예외 없이 가격이 25% 올라간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한국의 올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작년 대비 18%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로 한국의 대미 수출액 1위 품목이 자동차다.

미국에서 우리자동차를 파는 우리 기업과 한국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미국 기업 중 어느 곳이 우리 경제에 더 기여할까. 한국GM은 한 해 생산량의 85%가량(41만대)을 미국에 수출한다. 한국인을 고용하고 돈 벌어서 한국 정부에 법인세를 낸다. 하지만 역시 거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못 견디고 다시 보따리를 싸서 미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하나 둘 현실이 된다. 철강처럼 품목에 따라 매겨진 관세는 이미 발효됐다. 4월 2일에는 거의 모든 나라에 25%의 상호관세가 부과된다. 트럼프대통령은 이날을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고 부른다. 글로벌 공급망은 4월 2일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당하는 나라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EU는 2단계의 보복관세를 준비하고 있고, 시진핑 주석은 취임 이후 백악관의 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 마크 카니 신임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와 미국과의 관계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트럼프가 아니다.
4월 2일, 우리도 25%의 상호관세 고지서가 날아올까.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한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중국, 캐나다, 일본, 호주 등 15개 대미 무역 흑자국을 ‘지저분한 15개국(Dirty 15)'이라고 했다. 우리만 빼줄 가능성은 낮다. 트럼프대통령은 늘 적과 우리를 구분한다. 그렇다고 우방을 챙기지도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친구들이 적들보다 훨씬 더 나빴다Honestly, I’ve found that friends are often far worse than enemies"고 말한 적도 있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것을 뭐라 할 수 없다. 자동차 회사가 한해 170만 대가 팔리는 한국보다 1600만 대가 팔리는 미국으로 떠나는 것을 뭐라 할 수 없다. 문제는 남아있는 우리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생산을 본격화하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미 수출물량은 30만대 정도 줄어든다(한국자동차연구원). 1만여 명의 고용 효과가 사라진다. 충남 아산의 현대차 공장에서 연간 생산되는 차량이 28만 대다.
자동차산업은 거대한 부품산업이다. 미국에서 완성차를 만들면 한국산 부품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은 루이지애나에 8조 원을 들여 제철소도 짓는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우리 철강 수출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는 미국에 4번째로 철강을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2024년, ITA)
현대차의 대미 투자 계획 소식을 들은 한 지인은 "잘 키운 큰아들이 ‘어머니 안녕히 계세요 자주 연락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경쟁사인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도 잇달아 대미 투자를 발표한다. 큰아들의 선택도 이해가 된다. 다만 다가올 정부 대 정부 협상에서 210억 달러라는 거대한 카드를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2023년 리쇼어링(미국 기업의 국내 복귀)과 외국인 직접투자(FDI)로 미국에는 28만여 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그중 가장 기여를 많이 한 나라는 한국(14%)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우리 대표 기업들의 투자로 미국에는 2만여 개의 좋은 일자리가 생겼다. 같은 해 한국에선 1000명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가 2만 명 줄었다. 같은 해 한국의 대기업 일자리는 4만 명 줄었다(통계청 일자리 행정통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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