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대접 등 향응 제공 여지…"경기도가 문제 삼아야" 의견도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LG가(家)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자택에서 이사회를 지속해서 열고 있는 것과 관련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사진을 대상으로 음식 대접 등 향응 제공시 대표 해임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데 이어 사회복지사업법 위반까지 더해지는 셈이다.
1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구연경 대표는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LG복지재단 이사회를 진행했다. 그전까지 이사회는 서울 마포구 LG마포빌딩 회의실에서 열렸는데, 해당 시점부터 총 4차례(지난해 7·10·11월, 올해 2월) 연달아 이사회 장소로 한남동 자택을 고집하고 있다.
한남동 자택은 지난 2018년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이 별세하며 남긴 유산이다. 구연경 대표와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모친 김영식 여사, 동생 구연수 씨 등이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통상 이사회 장소는 이사회 소집 통지자(구연경 대표)가 임의로 정하게 되지만, 재벌의 자택에서 복지재단의 이사회가 수차례 진행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풍경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그저 의아해하며 묵인할 사안만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구연경 대표가 자택에서 식사 등을 대접하며 이사회 룰을 어겼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로 LG복지재단 이사회는 한남동 자택에서 오전 11시에 시작, 점심시간을 넘겨 오후까지 진행됐다. 첫 '자택 이사회' 당시에는 오후 1시 20분쯤 마무리된 바 있다.

사회복지사업법 제18조 2(임원 선임 관련 금품 등 수수 금지)는 임원 선임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주고받는 것을 금하고 있다. 구연경 대표는 올해 2월 이사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했는데, 대가성 대접이 아니었더라도 자택에서 식사를 제공했다면 시기상 부적절하게 바라볼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기존 구연경 대표의 임기는 올해 3월 31일까지였다.
구연경 대표의 자택에서 지속해서 이사회가 열리는 것은 '사유화 논란'을 부추기는 행보이기도 하다. 앞서 재계에서는 'LG재단'으로 묶여 그간 다른 재단과 함께 인사, 회계, 총무 등의 업무를 공동으로 처리했던 LG복지재단이 LG그룹에서 벗어나 올해부터 독자 운영을 택하면서 구연경 대표가 재단을 사유화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자택에서 이사회가 열리는 것도 LG복지재단이 '독자 노선'을 본격화하며 LG마포빌딩에서 빠져나간 시점과 맞물린다.
공익재단 운영과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아무리 민간 차원에서 운영되는 재단이더라도 대표이사 집에서 이사회가 계속 열리는 것은 여러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공익재단의 투명성과 국민 눈높이 측면에서 앞으로 복지재단 업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LG복지재단은 경기 평택에 자리 잡고 있다. 이에 관할 당국인 경기도가 향응 제공 의혹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기도는 복지재단에 대해 3년마다 정기 지도 점검을 실시, 회계·후원금·보강 사업 등을 비롯한 전반적인 운영 상황을 확인한다. 올해가 정기 지도 점검을 실시하는 해로, 만약 문제 소지가 발견된다면 임원 해임을 명할 수도 있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르면 도지사는 향응 제공 등 제18조 2항을 위반해 선임된 사람을 해임할 권한이 있다.

경기도는 구연경 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만 인지하고 있고, 일단 재판 결과 등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구연경 대표는 남편인 윤관 대표에게 미공개 투자 정보를 미리 제공받아 주식을 매입,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다음 달 15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구연경 대표는 이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임원 자격을 잃게 된다.
자본시장법과 사회복지사업법 위반은 별개 사안인 만큼 경기도가 재판 결과를 기다리기보단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도 관계자는 구연경 대표의 향응 제공 가능성에 대해 "단정 지을 수 없다"며 "LG복지재단을 포함해 총 7개 법인에 대한 정기 지도 점검은 일정을 조율해 진행하고 있다. 올해 안에 실시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사법리스크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구연경 대표의 복지재단 내 입지는 굳건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승희, 한준호, 윤경희, 신영수, 박영배 등 이사진 대부분이 지난 2022년 구연경 대표 취임 때부터 함께 호흡을 맞춘 인물들이다. LG복지재단 임원들은 구연경 대표 연임 시도 당시 "법인의 건실한 운영을 위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만장일치 찬성표를 던졌다.
<더팩트>는 LG복지재단 일부 임원에게 '구연경 대표 자택에서 이사회를 여는 이유', '향응 제공 의혹' 등과 관련해 질문했지만, 답변을 들을 순 없었다. LG복지재단 측과도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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