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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웃고 반도체 울고…트럼프 한 마디에 요동치는 韓 산업계
트럼프 발언에 韓 주력 업종 희비 엇갈려
알래스카 프로젝트 한국 기업 참여 가능성 커져
보조금 받기로 한 반도체 기업은 비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폭 발언에 한국 산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폭 발언에 한국 산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폭 발언에 한국 산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언급한 알래스카 가스관 프로젝트 및 신조선 수주 등 일명 '트럼프 관심사업'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어서다. 트럼프 관심사업에 참여 가능성이 커지는 에너지·조선 업계는 호재인 반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별러온 반도체법 폐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악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첫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국의 주력 업종과 관련된 총 3가지 발언을 했다.

먼저 "방위 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상업용 조선 및 군용 조선을 포함한 조선 산업을 부활시킬 것"이라며 "백악관에 조선 산업을 위한 새로운 사무실을 만들고 이 산업에 특별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알래스카 LNG 가스관 프로젝트에 각각 수조 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수천억 달러를 (보조금으로) 주지만 그들은 우리의 돈을 가져가서 쓰지 않고 있다"며 "끔찍한 법안으로 반도체법과 남은 것은 모두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발언의 파장은 컸다. 당장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지목되는 포스코인터내셔널, 한국가스공사는 이날 시장의 높은 관심 속에 주가가 10~13% 가량 급등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북극해 연안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부터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천연가스 배관을 연결하는 게 핵심이다. 그다음 니키스키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액화(LNG)해 배로 운송·수출하는 것까지 아우른다. 약 400억(약 58조원) 달러의 투자금이 필요한, 미국 LNG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 사업으로 평가된다. 매장량은 40조ft³(입방피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조 달러가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한국과 일본 등에서의 투자가 논의되고 있다. 한국에선 참여 가능 기업으로 한국가스공사, 포스코인터내셔널, SK E&S 등이 거론돼왔다.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는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에너지를 수출해 무역 적자 폭을 줄일 수 있고 미국 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폭 발언에 한국 산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더팩트 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폭 발언에 한국 산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더팩트 DB

한국 입장에서는 건설비와 LNG 가격 등을 따져가며 계산기를 신중하게 두드려 봐야 한다. 일단 정부는 에너지 도입선 다변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와 수급 안정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한국의 LNG 수입량 4632만톤(t) 중 호주산이 24%로 가장 많았고, 카타르(19%)와 말레이시아(13%)가 뒤를 이었다. 미국산은 12%로 4위를 차지했다.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연 2000만톤(t) 규모의 LNG가 생산된다. 이는 우리나라 LNG 수입량의 약 2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리 장기 계약을 맺을 경우 상당한 규모의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운송 시간이 짧고 운송비 역시 싸다는 것도 장점이다. 알래스카에서 한국까지 LNG 운송에 걸리는 시간은 1~2주로, 중동(약 한 달) 대비 절반 수준이다. 파나마운하를 거치지 않고 태평양으로 운송해 통행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이득이다.

무엇보다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한다면 또 다른 수출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북극해 가스전 개발에 필요한 쇄빙선 건조에서부터 대량의 철강재가 필요한 송유관 건설까지 한국 기업의 참여 가능성이 크다.

조선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당선 직후 한미 정상 간의 첫 통화에서 한미 협력을 강조한 분야다. 이후 트럼프발(發) 통상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분야로도 꼽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 조선업 협력이 현실화된다면 조선업 강국 한국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선박의 28%를 건조해 중국(51%)에 이은 세계 2위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폭 발언에 한국 산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1995년 한화오션이 건조한 첫 번째 LNG운반선 '한진 평택호' 운항 모습. /한화오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폭 발언에 한국 산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1995년 한화오션이 건조한 첫 번째 LNG운반선 '한진 평택호' 운항 모습. /한화오션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통상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업 분야는 한국이 제시할 수 있는 주요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존 펠런 미국 해군장관 지명자도 지난달 27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동맹국의 조선 역량을 활용하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한 질의에 "(한국의) 한화는 최근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 조선소)를 인수했다"며 "그들의 자본과 기술을 이곳(미국)으로 유치하는 것은 내 생각에 매우 매우 중요(critical)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화오션은 필리 조선소 지분 100%(한화오션 40%, 한화시스템 60%)를 인수한 했다.

전임 조 바이든 정권의 반도체 보조금 약속에 따라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비상이다.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법에 기반한 보조금을 바탕으로 대미 투자를 결정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끔찍하다'는 원색적 표현까지 쓰면서 기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약속한 보조금을 받지 못할 여지도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오는 2030년까지 3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미 상무부와 지난해 말 47억4500만달러(약 6조9천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한 SK하이닉스도 최대 4억5800만달러(약 6639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이 결정됐다.

다만 반도체법 폐지 발언 자체가 대미 추가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바이든 정권 당시 미국에 650억달러 투자를 약속한 대만 TSMC는 3일(현지시간) 1650억달러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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