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이들 모두 주력 계열사인 은행 부문에선 고른 성적을 냈으나 비은행 부문이 실적을 판가름하는 열쇠가 됐다. 금리 인하와 정부 규제 등으로 은행만으로 호실적을 내긴 한계가 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각 지주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애쓰는 가운데, 지난해 효자 노릇을 한 계열사와 아픈 손가락으로 남은 계열사는 어디인지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지난해 역대 두 번째 호실적을 내면서 '3조 클럽'에 복귀했다. 다만 지주 전체 실적을 은행이 홀로 채우면서 비은행 부문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보험사 인수를 통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꿈꾸고 있으나 금융당국의 판단과 부당대출 문제 등 변수는 여전하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3조8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 대비 23.1% 성장한 규모다. 2022년 3조1417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3조 클럽'에 진입한 이후 두 번째 기록이다.
이자이익보다 비이자이익이 늘어난 모습이다. 우리금융 전체 이자이익은 8조88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영향이 있었음에도 적극적인 자산 리밸런싱을 통한 이익 창출과 채널 최적화 등 비용 효율화. 중소기업 특화점포 신설 등 기업대출 부문 성장으로 자산성장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비이자이익의 경우 1조554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9% 증가했다. 은행(WM·IB 등), 비은행부문의 다각적인 영업 확대로 수수료이익이 21.3% 증가, 순영업수익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수준까지 확대됐다.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2.08%로 나타났다. 4분기에 환율 급등에 따라 약 40bp(1bp=0.01%포인트) 감소한 영향이 있었으나 위험가중자산 관리에 힘쓰며 직전 분기 대비 12bp 상승했다.
다만,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KB금융과 1조원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KB금융은 5조782억원으로 유일하게 5조원대를 돌파하며 2년 연속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4조5175억원)과 하나금융(3조7388억원) 역시 호실적을 낸 가운데 우리금융은 순이익 3조원 클럽 복귀에도 4위 자리를 유지했다.
◆ 은행 의존도 98%…비은행 성장에도 존재감 미미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3조 클럽'에 진입한 우리금융은 전체 순이익의 98%를 은행 부문에서 올렸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 당기순이익이 3조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영업이익은 8조6370억원으로 6.5% 증가했다. 이 중 이자이익이 7조5660억원, 비이자이익은 1조71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7%, 58.9% 늘었다.
다만,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순익 규모가 낮았다. '리딩뱅크' 신한은행은 전년 대비 20.5% 급증한 3조695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하나은행 3조3564억원, 국민은행 3조2515억원 순이다.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등의 실적도 성장하고 있으나 우리은행 순이익 규모에 비하면 지주 실적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리카드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147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4% 증가했다. 우리금융캐피탈도 1420억원으로 10.9% 증가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약 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이들을 합한 당기순이익(2910억원)은 우리은행과 비교하면 10분의 2 수준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체적으로 그룹 이익의 약 90%를 은행에 의존하고 있다"며 "보험사 인수를 통해 단기간 내 은행 의존도를 80%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비은행 강화 꿈 실현될까…부당대출 문제 등 변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우리금융은 현재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동양·ABL생명을 총 1조5493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올해 1월엔 금융위원회에 자회사 편입 신청을 완료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승인이 남은 상황에서 최근 불거진 부당대출 문제가 변수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최근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에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한 부당대출을 포함해 총 2334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례가 적발됐다. 이에 따라 경영실태평가 등급 하락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2등급으로,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보험사 인수에 문제가 없다. 3등급 이하로 내려갈 경우 승인이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에서 부당대출 적발 제재와 인허가 기준은 별개로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막판까지 잡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금융당국은 3월 안에 정기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 매매업 본인가와 현재 진행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 시 수익 및 규모 측면에서 은행 위주의 포트폴리오가 전반적으로 개선돼 불균형이 해소 되고 비은행 수익 확대로 기업 가치가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 목표를 '신뢰받은 우리금융'으로 제시하고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2025년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윤리경영 토대 위에 신뢰받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다시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금융 이사회는 주당 660원의 결산 배당을 결의했다. 이로써 지난해 연간 배당금은 주당 1200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또 올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는 전년보다 10% 늘어난 1500억원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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