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과 이별…사유화 논란 여전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LG복지재단이 올해부터 구연경 대표 중심의 독자운영을 본격화한다. 지난해 사무소를 옮기고, 재단 인력을 구분한 데 이어 최근 자체 재단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LG그룹 내 다른 재단과 업무적으로 완전히 분리됐다. 이러한 독자노선 행보는 구연경 대표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재계에서는 자칫 재단이 사유화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LG복지재단은 자체 홈페이지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LG복지재단은 LG연암문화재단, LG상록재단, LG연암학원 등과 'LG재단'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홈페이지를 운영했으나, 올해부터 이를 종료했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현재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LG복지재단 홈페이지가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LG의 공익재단은 별도 법인임에도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한 건물(서울 LG마포빌딩)에 머무르며 홈페이지 운영을 비롯한 인사, 회계, 총무 업무를 공동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지난해 LG복지재단이 사실상 독자노선을 선언, 주사무소를 경기 평택으로 이전하고 다른 재단과 업무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 홈페이지 개설은 단순히 웹상 독립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LG그룹 측과 연결된 마지막 끈을 놓은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업무를 분리하면서도, 홈페이지는 최근까지 함께 운영해 왔다.
LG복지재단이 LG그룹과의 완전한 이별을 원하는 이유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원래 법인이 각각 달랐으니, 특별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재계는 구연경 대표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을 받는 등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정도(正道)를 중시하는 LG그룹 측과 마찰이 있었고, 그 여파로 재단 독자운영을 택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구연경 대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코스닥 상장사 메지온의 주식 3만주를 취득,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메지온이 지난해 4월 구연경 대표의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최고투자책임자로 있는 BRV캐피탈매니지먼트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받았는데, 이 호재성 정보를 미리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실제로 구연경 대표가 주식 매수 과정에서 발표되지 않은 투자 유치 정보를 활용한 정황을 확인한 뒤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검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해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구연경 대표 자택과 LG복지재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고, 구연경·윤관 부부에 대한 소환 조사도 마무리했다.
의혹이 불거진 이후, 구연경 대표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주식 부정 거래는 사회적 귀감이 되는 복지재단의 대표이사 입장에서 치명적인 타격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반대의 일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22년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LG그룹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고, 이제 구연경이라는 인물 중심으로 재단 체제가 공고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재계에서는 '사유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구연경 대표는 지난해 LG복지재단을 사유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논란의 메지온 주식 3만주를 LG복지재단에 기부하려고 했다. 당시는 금감원과 검찰이 들여다보기 전으로, 재단이 공범이 될 수 있음에도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주식 기부는 추후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고 본 이사진의 수증 보류 결정으로 현실화되지 않은 상태다. 앞서 구연경 대표와 윤관 대표를 고발한 민생경제연구소는 "구연경 대표가 기부하는 형식을 통해 미공개 정보로 취득한 주식 보유 사실을 은폐하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LG복지재단 이사회가 구연경 대표의 자택에서 지속해서 열리는 것을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사무소가 있음에도 굳이 사적 공간에서 이사회를 열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LG복지재단은 선대회장부터 중시해 온 사회 환원 철학을 실천하는 중요한 곳"이라며 "지금은 단순 우려 수준이지만, 한 개인이 장악한 형태로 계속 운영되면 사익, 개인의 편의에 의해 조직화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LG복지재단은 인재 육성과 소외 계층 지원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LG 2대 회장인 상남(上南) 구자경 명예회장이 지난 1991년 세웠다. 사회 곳곳의 숨은 영웅을 찾아 상패·상금을 수여하는 'LG 의인상'을 주관한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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