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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김광일, 고려아연 주주에 서한…"낡은 거버넌스 개혁하자"

  • 경제 | 2025-01-09 11:39

"과제 해결 없이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추진 불가능"
집중투표제 도입 반대·14인 이사후보 선임 지지 요청 등 내용 담겨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부회장이 고려아연 주주에게 서한을 보냈다. 임시 주주총회(주총)를 앞두고 집중투표제 도입 반대와 이사 후보자 선임 지지 등을 호소하면서 고려아연의 낡은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개혁하자는 제언이다.

9일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김광일 한국기업투자홀딩스 대표이사는 이날 고려아연 주주들에 '고려아연 주주분들께 올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주주 서한을 보냈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MBK파트너스의 투자목적법인(SPC)로 김광일 부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서한에서 "고려아연은 앞으로 나가야 한다. 지난 50년간 임직원들 및 주주들께서 함께 노력해 일궈 낸 세계 1등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은 오늘 현재 실패한 지배구조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저희의 공개매수 시작전까지 지난 2년여간 회사의 주가도 수익성도 모두 제자리걸음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드라이브(전기차배터리 소재, 자원순환, 신재생에너지)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75년간 이어진 장 씨일가와 최 씨일가의 동업체제로부터 독립을 꼽았다. 김 대표는 "75년된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의 동업체제로부터 고려아연은 독립해야 한다. 고려아연의 오늘이 있기까지 두 가문의 비전과 헌신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고려아연의 성장을 위한 제약요인이다. 1대 주주와 2 대 주주를 대표하는 두 가문은 고려아연의 경영으로부터 한 발짝씩 물러나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전문경영진에 의해 회사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감독하는 일로 그 역할을 변경해야 한다. 고려아연에는 이미 역량과 경험을 갖춘 뛰어난 전문경영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11월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서예원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11월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서예원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중심으로 짜인 현 지배구조도 비판했다. 김 대표는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시도 등을 통해 약 2조원의 차입금을 부담하고 있고, 주주들 또한 주가 폭락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또 최 회장 본인과 고려아연은 일반공모유상증자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당하기까지 했다"며 "총 1조원이 넘는 자금이 관련된 투자건들에 대한 의혹을 묻어둔 채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모든 주주들과 고려아연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최 회장의 중학교 동창인 지창배 대표가 운영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 신생 사모펀드들에 약 5600억원을 투자해 손실을 입은 것,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사건에 고려아연 자금이 사용된 것, 사모펀드들로 구성된 매도인들에게 100배의 수익을 남기면서 약 5800억원을 들여 인수했지만 대규모 손실만 낸 이그니오 투자 의혹 등을 꼬집어 언급했다.

김 대표는 "의혹들이 밀린 숙제처럼 많이 남아 있다. 이러한 의혹들에 대한 규명 없이는 투명하고 성실한 기업 문화가 자리잡을 수 없다"며 "회사의 1대 주주로부터 신임을 받지 못하는 최고경영인(CEO)을 둔 기업은 경영이 안정될 수 없고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는 23일 예정된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개정의 건은 부결돼야 하고, 자신들이 제안한 14명의 이사후보자의 선임을 지지해 주기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끝으로 김 대표는 "변화는 바람직하지만 동시에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변화의 너머에 있는 불확실성이 우리를 때로는 두렵게 한다. 그러나 '현재에 안주하고 싶은' 우리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고려아연을 둘러싼 세상(기업환경과 산업역학)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며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고, 우리 모두 그 문제가 무엇인지 이제는 잘 알고 있다. 힘들지만 저희 1대주주 그룹과 함께 이 문제를 헤쳐 나가자. 저희는 고려아연의 장기적인 발전, 주주가치의 증대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려아연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노동조합을 포함한 모든 임직원의 삶과 그 가족의 가치 존중과 배려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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