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리테일·코리아세븐 올해 노조 설립, 익명 직원 대화방 주축
GS리테일, 노조 관련 움직임 없어…조직 구성 경쟁사와 상이
[더팩트|우지수 기자] 내년부터 편의점 업계 노사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올해 국내 대표 편의점 운영사 3곳 중 2곳(BGF리테일, 코리아세븐)에서 노동조합(노조)이 설립됐기 때문이다. 두 회사에 이어 업계 매출액 1위를 차지하고 있는 GS리테일에도 노조 설립 바람이 불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는 지난 6월 편의점 업계 최초로 노조가 설립됐고 이어 11월에는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에서 노조가 출범했다.
BGF리테일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초연맹(민주노총) 가맹조직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에 BGF리테일 지부를 세웠다. BGF리테일 노조 경우 지난 반년간 사측과 협의해 이끌어낸 공식 협의 사항은 아직 없지만, 논의를 이어 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설립 추진은 지난 2월께 BGF리테일 직원들 사이에서 지난해 성장한 실적 대비 줄어든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며 생긴 카카오톡 익명 대화방 '조직 문화 개선방'에서 진행됐다. 당시 1200명 가량 직원이 모인 대화방에서는 직원들이 사비를 털어 서울시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 BGF리테일 경영진을 질책하는 내용의 트럭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4월 노조 대표자와 중앙간부 등이 정해진 상태에서 원격으로 가입자 신청을 받았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역대 최고 영업이익 2532억원과 매출액 8조1948억원을 달성했다. 각각 전년(2022년)보다 0.3%, 7.6%씩 증가한 수치다. 다만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BGF리테일 직원들의 성과급은 지난 2022년 지급 금액보다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주주 배당금은 2022년과 같은 1주당 4100원 현금 배당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하면서 직원 반발 여론이 거세졌다.
당시 BGF리테일 측은 "성과급은 지난해 경영목표 미달 등으로 전년 대비 소폭 낮아졌지만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며 "모든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 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100) 경우 BGF리테일은 동일하지만 BGF는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BGF리테일에서 노조가 결성되자 편의점 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업계와 전문가 예측이 나왔다. 통상 편의점 업계는 영업직군이 대다수를 차지해 직원 규합이 어려워 노조 결성에 애로사항이 있을 것으로 봤지만 카카오톡 원격 가입을 통해 노조가 설립됐기 때문이다.
코리아세븐 직원들은 BGF리테일에 노조가 공식 출범한 지난 6월 카카오톡 익명 대화방을 만들고 BGF리테일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달 4일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코리아세븐 노조 설립 인증을 받아 정식 노조 출범을 알렸다. 해당 대화방을 만든 방장은 대화방 공지를 통해 "노조를 설립한 옆 동네 경쟁사도 시작은 작은 오픈채팅이었다"며 "누군가의 부속품이 아닌 일터와 함께 성장하는 직원, 회사와 직원의 동반성장,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직장이 되기 위해선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코리아세븐은 지난 2022년 미니스톱을 인수한 이후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법인 설립 이후 36년 만에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코리아세븐 측은 노조와 관련해 "설립된 것은 맞지만 노조활동 등이 확인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편의점 연간 매출액 1위를 달성한 GS25 운영사 GS리테일에서는 아직 노조 설립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지난 2010년 GS리테일이 GS백화점과 GS마트 부문을 롯데쇼핑에 매각할 당시 고용승계와 퇴직자 위로금 수령 등을 목적으로 182명 규모 노조가 만들어졌지만 약 2달 뒤 사라졌다. 다만 편의점 부문 직원들이 노조에 동참한 것은 아니었다. 한 노동조합 관계자는 "아직 GS25 노조 설립 소식이나 계획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했다.
GS리테일은 편의점과 슈퍼, 홈쇼핑 부서 외에도 각 부서를 공통으로 지원하는 '공통 및 기타'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편의점 사업만을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코리아세븐과는 달리 GS리테일은 슈퍼마켓, 홈쇼핑, 편의점 등 다양한 업태를 운영하고 있다"며 "공통 지원 부서가 따로 있는 등 조직 구조가 경쟁사와 달라 노조 설립 어려움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와 밀접한 업종인 편의점 업계에 직원 노조가 생길 경우 소비자 불편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편의점 업계 노조가 자리 잡은 뒤 파업 등 행동을 할 경우 소비자 불편함이 커질 수 있다"며 "불경기로 유통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 건립은 회사 차원에서는 민감한 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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