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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부동산] '빈익빈 부익부'…양극화 더 심해졌던 한 해

  • 경제 | 2024-12-26 00:00

'얼죽신' 선호 현상 두드러져…"앞으로도 이어질 것"
서울 청약 경쟁률 수직상승 '로또 청약' 광풍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올해 상·하반기 통틀어 부동산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주택공급 부족'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1월·8월 두 차례 굵직한 부동산 정책을 펼치며 주택공급 확대·집값 안정화를 꾀했다. 그러나 서울·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고, 수도권·비수도권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민 대표 상품인 디딤돌 대출도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한도 축소를 한다고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올 한 해 윤 정부가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이중삼 기자]

◆ 신규 주택공급 부족 우려 현실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매년 주택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가시적 공급 증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공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2~3년간 수요자 거주 선호에 부합하는 주택유형의 입주물량 공급 부족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국토교통부(국토부)의 '24 10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10월까지 주택건설 인허가실적은 24만4777가구다. 지난해 같은 기간(30만2744가구) 대비 19.1% 급감했다. 수도권과 지방에서 각각 18.5%, 19.6% 줄었는데, 지방에서의 감소세가 더 두드러진다.

특히 인허가 실적 감소로 입주 물량 또한 감소하고 있어 앞으로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26만4425가구다. 올해 연말까지의 36만3851가구가 예정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약 27%(9만9426가구) 줄어든 것이다. 이는 2013년 입주물량 이후 가장 적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24년 부동산 시장의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상승·고금리 현상 장기화 등에 따른 부동산 시장 여건 악화로 주택 착공실적이 2021년 58만가구에서 2023년 24만가구로 급감했다. 착공부터 준공까지 약 3~4년의 공급시차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수도권 아파트 등 수요자 거주 선호에 부응하는 주택의 입주물량 부족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현 정부의 주택공급확대정책 평가와 제언' 보고서에서도 수도권 주택공급 회복세가 더디고 금리변동에 따른 시장 불안 우려가 있다며, 2025~2027년 준공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공사비 상승·공급 부족 우려 등이 이유로 꼽힌다. /뉴시스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공사비 상승·공급 부족 우려 등이 이유로 꼽힌다. /뉴시스

◆ 수도권 웃고 지방은 울고…주택시장 양극화

올해 부동산 시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비수도권으로 양극화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는 96.37이다. 수도권은 96.95, 96.81을 기록했다. 서울은 99.73이다. 서울·수도권 지수는 매월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반면, 지방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지수는 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 등 주택시장의 평균적인 매매가격변화를 측정하는 지표다. 매매가격지수가 낮을수록 매매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당분간 이와 같은(수도권·지방) 지역별 양극화 현상은 유지될 전망이다. 전국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수도권의 높은 상승세를 기반으로 올해 5월 이후 5개월째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반면 지방은 2개월 연속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또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심리가 침체됨에 따라 서울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도 내려갔지만, 상승 국면을 유지하고 있어 거래 증가 응답이 더 많은 상황이다. 반면 지방은 강보합 국면에 위치해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내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온 뒤 탄핵정국이 마무리되면 집값 양극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 심화…'몸테크' 지고 '얼죽신'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과거 '몸테크'(몸으로 때우는 집테크) 방식이 대세였지만 현재는 완연히 다른 추세다. 신축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공사비 상승·공급 부족 우려 등이 지목된다. 실제 입주 5년이 안 된 신축 아파트가 다른 아파트보다 약 1.3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5년 이내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2145만원 수준으로 5년 초과 아파트(1635만원)와 비교해 1.31배 차이가 났다. 집 가격 고점기로 꼽히는 2021년 1.27배에 비해 가격차가 더 벌어졌다. 서울은 5년 이내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5559만원으로 5년 초과 아파트(3960만원)와 비교해 1.40배의 차이를 보였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의 상승세는 과거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축 아파트가 상승세를 보였던 것과 반대된다"며 "현재 주요 주택구매 연령층인 30~40대가 과거 세대보다 정주 여건이 양호한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데다 입주물량 감소로 이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축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상승으로 구축 아파트 재건축의 수익성이 악화되며 구축 아파트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다"며 "아파트 준공 실적이 감소하고 있어 향후에도 신축 아파트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 쏠림 현상이 커지면서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이 침몰하는 모양새다. /더팩트 DB
지난해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 쏠림 현상이 커지면서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이 침몰하는 모양새다. /더팩트 DB

◆ 전세사기 여파…비(非)아파트 시장 위축

지난해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 쏠림 현상이 커지면서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이 가라앉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만7671가구로 전년 동기(4만267가구) 대비 31.3% 급전직하했다. 착공 물량은 2만5278가구로 동기 (3만3026가구) 대비 23.5% 줄었다. 준공 물량은 지난해 5만2222가구에서 1년 새 3만2107가구로 38.5%나 급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비아파트는 전체 주택 중 26.6%를 차지하는 주요한 주택공급 경로지만, 급격한 공급 감소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9월 기준 비아파트 거래량은 1만1905건으로 전월(1만2732건) 대비 6.5% 줄었다. 같은 달로 5년간 평균치를 내보면 38.4%나 떨어졌다. 이 같은 공급 감소와 매매거래량 감소는 궁극적으로 시장 불균형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 "하나만 걸려라"…청약 도박판 된 한국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너나 할 것 없이 청약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7월 진행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에는 한 가구 모집에 294만4780명이 몰렸다. 그야말로 청약 광풍이 일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는 마비가 됐고 접수 기간을 하루 연장했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난 1~7월 전국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12.47대 1로 집계됐다. 서울은 148.87대 1을 기록해 전국 경쟁률의 12배 수준을 보였다. 지방광역시(1.57대 1), 지방도시(12.04대 1) 평균 경쟁률을 크게 앞선다.

부동산인포 관계자는 서울 청약 열기에 대해 "정비사업 비중이 큰 서울에서 새 아파트가 공급되기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며 분양에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며 "분양가는 계속 오를 전망이어서 가격경쟁력이 있는 곳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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