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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친원전' 정책 확대 예고…국내 SMR 업체, 미 시장 공략 속도

  • 경제 | 2024-12-23 12:00

두산에너빌리티·SK 등 SMR 사업 투자 및 개발 박차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손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와이오밍주(州)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두산에너빌리티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손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와이오밍주(州)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두산에너빌리티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손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친원전 정책을 펼 것으로 점쳐지면서 SMR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국내 SMR 산업까지 덩달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 곧 글로벌 원전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크기를 100분의1 수준으로 줄인 '미니 원전'이다. 크기가 작고 필요한 전력에 맞게 소규모로 제작해 블록 연결 방식으로 설치할 수 있어 효율성이 뛰어나고 안정적인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냉각수로 물을 사용하지 않아 운영비도 아낄 수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보글 3·4호기 건설 자금을 지원한 데 이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지지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SMR 부지 선정, 국가원자로혁신센터 설립 등 SMR 정책에도 적극적이었다. 선거 공약을 담은 공약 패키지인 아젠다47에도 기존 원전 이용 확대, 선진 원자로 개발 등의 내용이 탑재돼 있다.

전망도 밝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세계 SMR 시장이 2035년 63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선 2040년이면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미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은 전력 확보를 위해 SMR 투자에 나서고 있다. AI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데이터센터를 늘려야 한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전기가 필요한데 기존 재생 에너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원전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아마존은 지난 10월 SMR과 관련한 3건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SMR 관련 업체들도 빠르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와 SMR 주기기 제작 관련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 19일 미국 테라파워와 SMR 주기기 제작성 검토 등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인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SMR 개발 업체다. 차세대 SMR 상용화 기술 중 하나인 소듐냉각고속로(SFR) 노형을 개발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화력발전소 인근 부지를 활용해 345메가와트(㎿) 규모의 SMR 1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주기기를 공급한다.

SK그룹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선도 투자자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진행한 테라파워 4세대 SMR 실증단지 착공식에 유정준 SK온 부회장 겸 SK아메리카스 대표, 김무환 SK㈜ 그린부문장 등이 참석했다.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손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오른쪽부터),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CEO,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해 4월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메디슨호텔에서 열린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사업화를 위한 상호 협력 계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손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오른쪽부터),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CEO,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해 4월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메디슨호텔에서 열린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사업화를 위한 상호 협력 계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HD현대는 테라파워 SMR의 원통형 원자로 용기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원자로 용기는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노심을 격납하고 고온·저압 상태의 냉각재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SFR 핵심 설비다. HD현대중공업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진공 용기를 개발·제작하며 쌓았던 경험을 이번 프로젝트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향후 10년간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 등 무탄소 에너지 기술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8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운영위원회에서 중장기 에너지 연구개발(R&D) 투자전략을 담은 '제5차 에너지 기술개발계획'을 확정했다.

에너지기술개발계획은 정부가 5년마다 10년 단위로 짜는 에너지기술 연구개발의 청사진이다. 이번 5차 계획은 올해부터 2033년까지의 방향을 담았다.

5차 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 청정수소 등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 기술 확보에 집중 투자한다. 소형모듈형원자로(SMR), 대용량 청정수소 생산 시스템 개발, 암모니아 고혼소 기술 등 에너지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내 에너지 산업의 수출도 도모한다.

김시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원자력 분야가 트럼프 2기 에너지정책과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 증가로 혜택을 볼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높은 안정성과 빅테크의 SMR 투자 기조를 고려할 때 SMR의 선호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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