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중고차·환불 제도 등…소비자 신뢰 제고
3배 늘어난 수출…"시장 더 커질 듯"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국내 신차 시장이 내수 침체와 정치 불확실성 속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중고차 시장은 비교적 선방하는 모양새다. 최근 완성차 업계가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며 시장의 신뢰도가 한층 높아진 점과 중고차 기업의 다양한 서비스 등이 이유로 꼽힌다.
1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까지 누적 중고차 실거래(이전등록에서 매도·알선·개인거래만 포함)는 215만 8812대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신차 등록 대수인 149만 8331보다 약 66만대 많은 수치다. 신차 등록 대수는 작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인증 중고차·온라인 구매·책임환불제 등
신차 시장의 침체 원인으로는 고금리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내수 경기 부진이 꼽힌다. 여기에 탄핵 정국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올해 국내 신차 등록 대수는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예상 연간 등록 대수는 약 164만대로, 2013년 154만 3565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중고차 시장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즉시 구매 가능한 점이 강점으로 작용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또 중고차는 신차보다 경기 변동성에 덜 민감해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완성차 업계의 인증 중고차 사업 확대와 중고차 기업들의 온라인 판매, 책임환불제 같은 서비스 혁신이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는 제조사로서의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270개 이상의 항목에 대한 정밀 진단과 7단계의 품질 인증 프로세스를 통해 중고차를 선별한다. 기아도 지난해 11월부터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시작, 연식 5년, 주행 거리 10만km 미만의 차량을 대상으로 200여 가지 이상의 항목에 대한 철저한 검사를 통해 품질을 인증하고 있다.
KG모빌리티(KGM)는 지난 5월부터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중고차 기업들의 온라인 판매 확대와 신뢰성 있는 환불 정책 등도 소비자들의 중고차 구매에 대한 불안을 상당 부분 해소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직영인증중고차 플랫폼 리본카가 회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2%가 중고차 구매 시 온라인 채널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직영중고차 기업 케이카의 지난해 소매 판매 실적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케이카는 지난해 오프라인 4만7675대, 온라인 6만2322대를 판매해 온라인 판매 비중이 56.7%로 오프라인을 넘어섰다.
온라인에서 중고차를 구매한 고객 2명 중 1명은 '3일 책임환불제'를 이유로 꼽았다. 이 제도는 환불 시 위약금과 사유 제한이 없으며, 주행거리 제한도 두지 않아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였다.
◆가파른 수출 증가세…"시장 더 커져"
중고차 시장의 성장세는 해외에서도 두드러진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중고차 수출 시장 주요 이슈와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2015년 21만대였던 중고차 수출 대수는 지난해 63만대로 증가했다. 이는 8년 만에 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보고서는 "한국의 중고차 수출 역량은 저개발 신흥국의 중고차 수요 증가와 친환경차 수요 증가, 낮은 원화 가치, 낮은 해상운송 운임 수준 등"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고차 시장의 선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친환경차의 중고차 수요가 증가해 중고차 시장의 다양성과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른 온라인 거래 플랫폼의 확산으로 중고 자동차도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거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중고차 수출도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거래가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주요 중고차 수입국들의 국가별 1인당 국민소득과 자동차 보급률을 살펴보면 글로벌 중고차 수출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한국은 계속 중요한 수출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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