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조직으로 신뢰 회복 나설지 업계 관심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이 선정됐다. 우리금융은 조직쇄신과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고 정 후보를 낙점했다.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문제로 행장 교체가 이뤄진 만큼 그의 어깨가 무거울 전망이다. 조직 안정화를 위한 강력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최근 우리은행은 임원 규모를 줄이고 기존 부행장 중 절반가량을 교체하며 과감한 세대교체에 나선 모습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우리금융그룹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정 후보는 이달 중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자격 요건 및 적합성을 검증받은 후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돼 내년 1월부터 2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이 정 후보를 낙점한 데는 기업금융 경험과 젊은 후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자추위는 "현직 주요 경영진으로서 기업문화 혁신 등 조직 쇄신과 기업금융 중심 영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는 1968년생으로 이번 은행장 후보 중 가장 젊다. 그는 경북대 법학과 졸업 후 1995년 입행해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쳐 현재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은 임원 규모를 줄이고 기존 부행장 중 절반가량을 교체하며 과감한 세대교체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부행장 전원을 23명에서 18명으로 대폭 줄였다. 기존 부행장 중 11명이 물러났다. 승진한 6명 부행장 중에는 71년생도 포함됐다.
해외법인장의 연령도 대폭 낮췄다. 부행장 임기를 마친 임원을 미국·베트남·중국 등 주요 해외법인장으로 배치하던 관행을 깨고 1970년대생 본부장급을 과감하게 발탁해 젊은피 수혈로 해외영업 활성화를 꾀했다는 설명이다.
내부통제 조직 역시 한층 고도화했다.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해 감독·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준법감시실에 '책무지원팀'을 신설해 책무구조도 이행 등 책무관리 업무의 충실도를 높이기로 했다. 특히 정보보호본부와 자금세탁방지본부를 준법감시인 아래로 모아 재배치함으로써 일부 중복되는 내부통제기능을 제거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대내외적인 위기를 맞으면서, 고객과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만큼 새롭게 발탁된 경영진들이 조직에 변화와 혁신의 새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으로 처음 출근하면서 내부통제, 조직 쇄신과 관련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정 내정자는 내부통제 방안에 대해 "제 은행생활 30년 중 26년을 영업점에서 생활했다"며 "직원들이 업무부담보다 내부통제를 우선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우선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론적으로는 내부통제가 우수한 편이고 잘 돼있다"면서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직원들이 일을 할 때 과부하가 걸리는 부분을 덜어내서 내부통제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 쇄신과 관련해선 "업무 중심으로 배치된 것을 고객 중심으로 하려 한다"면서 "서비스를 하는 은행, 은행원은 고객 중심으로 편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은행의 가장 큰 경쟁력은 우리 직원들"이라면서 "지금은 직원들이 우왕좌왕하지만 조만간 잘 이겨내고 저와 함께 고객을 위해서 충분히 일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임기 시작 후 정 후보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 수습 등 내부통제 강화에 주력해야할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우리은행은 2022년 700억원대 대형 횡령사고 발생 이후 그룹 차원에서 내부통제를 수차례 강화했으나 지난 6월 또다시 100억원대 사고가 발생해 곤혹을 치렀다. 최근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의 350억원대 부당대출 의혹이 불거지면서 분위기는 극에 달했다.
이에 더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현 경영진 재임시에도 관련 불법거래가 확인돼 중점 검사 사항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은행의 오래묵은 계파 갈등 봉합도 과제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 이후 두 은행 출신 사이의 갈등이 지속됐다. 이에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은행장을 맡는 관행이 있다. 현 조병규 은행장은 상업은행 출신,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차기 우리은행장에 정 후보를 추천하면서 이번에도 관행을 따랐다. 정 후보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임 회장이 주영국대사관 재경관으로 근무하던 당시 우리은행 런던지점에서 근무하던 정 후보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보 선임 과정에서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3명씩 이름을 올렸다. 이에 취임 후 '상업파'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등에 대한 정 후보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정 후보가 향후 기업금융 성장에 중점을 둘 것이란 관측도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과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를 목표로 내걸었으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누적)은 2조5244억원으로 4대 은행 가운데 4위 자리에 머물러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올해 기업대출 영업에 힘줘왔으나 이달 초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주주환원 정책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우리금융지주는 CET1 비율을 내년까지 12.5%, 중장기적으로 13.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올해 3분기 말 우리금융 CET1 비율은 11.96%까지 떨어졌다.
이에 우리금융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당분간 대출 자산 감축 작업에 나서야 한다. 당기순이익 규모도 확대를 위해선 비이자이익을 활용한 수익성 강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실제 우리은행 11월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2993억원 감소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진완 후보는 50대 '젊은 피'로 우리은행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며 "내부통제, 실적, 조직 안정화, 당국과의 소통 등 다방면으로 쇄신해야하는 과제들을 잘 해결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묵은 계파 갈등에 대한 고민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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