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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 증권사 CEO 인사 '희비'…성과주의 뚜렷했다

  • 경제 | 2024-12-09 11:07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 '연임'
신한투자증권은 CEO 신규 선임 엇갈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금융지주사 경쟁을 벌이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연말 증권 계열사 CEO 인사에서 각각 다른 선택을 했다. /더팩트 DB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금융지주사 경쟁을 벌이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연말 증권 계열사 CEO 인사에서 각각 다른 선택을 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연말 증권사 최고경영인(CEO) 인사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 연임에 성공하면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게 된 CEO도 있는 반면, 임기 만료를 최대 1년 넘게 앞두고 쇄신이라는 명분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인사도 나와서다.

특히 '리딩 금융'을 다투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증권사 CEO 인사를 통해 각자 다른 메시지를 남겨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KB증권 CEO는 연임에 성공했으나 신한투자증권은 CEO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6일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어 김성현, 이홍구 현 KB증권 각자 대표를 재추천했다고 밝혔다. 이후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 여부가 가려지나 사실상 두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 모양새다.

KB금융지주 대추위에 따르면 증권사 CEO 인사 배경은 '연속성 있는 경영 전문성 발휘'다. 불확실한 금융 환경 속에서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현 경영진의 리더십을 인정해 방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도 KB금융지주 대추위의 선택에 예견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KB증권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1.4% 오른 5526억원을 기록하면서 모회사가 올해 신한지주를 제치고 다시 금융지주사 실적 1위를 기록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KB증권은 올해부터 기업금융(IB) 부문과 자산관리(WM) 부문의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중 IB 부문의 김성현 대표는 지난 2019년부터 KB증권 수장에 오른 인물로 무려 5연임에 성공했다. 올해 유독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지난 4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 흥행 등이 주요 성과로 꼽힌다. 이홍구 WM부문 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대표이사직에 올라 다시 한번 기회를 받게 됐다.

KB금융지주는 지난 6일 계열사 대추위를 열고 이홍구(왼쪽부터), 김성현 현 KB증권 각자 대표를 대표이사 후보에 재추천했다. /KB증권
KB금융지주는 지난 6일 계열사 대추위를 열고 이홍구(왼쪽부터), 김성현 현 KB증권 각자 대표를 대표이사 후보에 재추천했다. /KB증권

KB증권 CEO가 연임에 성공하자 신한투자증권에 시선을 보내고 있다. KB금융지주보다 하루 앞서 자회사최고경영진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연 신한지주는 13개 자회사 대표 중 무려 9개 자회사의 CEO 명함을 새로 만들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CEO 임기는 2년이다. 김상태 대표는 지난해 성과를 인정받고 연임에 성공한 후 올해도 무난하게 임기를 이어갈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사실상 인사 대상도 아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 자경위는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부문 겸 자산관리사업그룹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추천했다. 자경위에 따르면 김상태 사장은 이번 인사 전에 자진 사임했으나 임기 중 발생한 손실 사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8월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부서에서 목적 외 투기 거래로 1300억원가량의 운용 손실을 냈다. 이에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당기순이익에서 전년 동기 대비 14.8% 감소한 1904억원을 기록했고 누적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3분기 누적보다 15.5% 급감한 2951억원에 그쳤다. 이 기간 신한금융지주가 KB금융지주에 실적 1위 자리를 내줬기 때문에 계열사의 손실 반영은 더욱 도드라진 셈이다.

신한금융 자경위는 당시 "고강도 인적 쇄신을 통한 조직 체질 개선, 경영능력 입증된 CEO연임으로 일관성 있는 미래전략 추진 가속화, 세대교체를 통한 차세대 리더 적극 발탁 등이 인사의 주요 방향"이라고 인사 배경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엇갈린 CEO 인사를 두고 결국 성과주의가 뚜렷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리테일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호황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높은 영업이익을 내던 예전과 달리, 올해는 IB와 WM 비즈니스에서 각 사만의 경영전략에 따라 실적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증권업계는 지난해보단 이렇다 할 사건이나 사고가 없던 편이었으므로 대부분 CEO는 연임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돌입하고 연말 증시 불안은 물론 그간 효자 역할을 했던 부동산 PF 비중 등도 많이 축소됐기 때문에 업황을 장담하기 어렵다. 성과주의에서 비롯된 위기관리 능력이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인사 방향으로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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