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신뢰 구축 토대 마련 등 질적 성장 이뤄야"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한국 주식시장 체질 개선을 위해 일본 증시 재편 전략을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4일 법무법인 광장 김수연 박사에게 의뢰한 '일본 증시 재편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신규 상장·상장 유지 요건을 먼저 개선해 시장 신뢰 구축 토대를 마련하는 등 시장별 질적 성장을 이뤘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3년 1월 아베노믹스 개혁 일환으로 도쿄증권거래소와 오사카증권거래소가 합병해 일본거래소그룹(JPX)을 발족하며 일본 거래소 개편이 이뤄졌다. 도쿄증권거래소 소속 1부·2부·마더스 시장과 오사카증권거래소 소속 JASDAQ 스탠더드·그로스 시장 등 5개 시장이 편입됐다.
1차 개편은 기업 특성·실태에 관계없이 물리적으로 통합해 혼란을 유발했다. 1부 시장에는 시가총액 1조엔(약 9조3000억원) 이상 기업과 10억엔(93억2000만원) 수준 기업이 혼재되는 등 시장 구분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2019년 4월 말 기준 도쿄증권거래소 전체 상장기업 3634개 중 58.9%에 달하는 2141개 기업이 1부 시장에 상장됐다. 보고서는 1부 시장 상장 장벽이 낮고, 상장 폐지 기준도 허술해 최상위 시장에 적합하지 않은 회사가 다수 유입됐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2년 4월 상장기업별 특성을 고려해 기존 5개 시장을 프라임·스탠드·그로스 3개 시장으로 개편했다. 프라임 시장은 글로벌 투자자와 대화를 중시하는 최상위 시장이라는 특징에 맞춰 상장·유지 기준을 기존 대비 강화했다.
프라임 시장 상장 유지 조건은 △유동주식 시가총액 100억엔(932억원 이상) △유동주식 비율 35% 이상이다. 신규 상장 시 수익 기반 충실 관점에서 과거 2년간 이익 합계가 25억엔(233억원) 이상 또는 매출 100억엔(932억원)이고, 시가총액 1000억엔(9319억6000만원) 이상이다.
스탠더드 시장은 내수 시장으로 투자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유동성과 지배구조 수준을 보유한 기업 시장으로 규정했다. 그로스 시장은 스타트업 기업을 타깃으로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진 기업 시장으로 정의했다. 각 목표 달성에 합당한 상장·유지 기준도 설정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1월 상장 유지 요건 미달 기업에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조치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2026년 3월까지 강화된 상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감리종목으로 지정한 뒤 6개월 이내 상장 폐지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3월 기준 경과조치 적용 기업은 프라임 시장 71개 사, 스탠더드 시장 154개 사다. 보고서는 상장 폐지를 면하고자 경영 실적 개선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궁극적으로 시장 질적 성장에 이바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강화된 상장 기준으로 신규 상장 수가 크게 줄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달 기준 신규 상장은 60개 사인 반면 상장 폐지 회사는 82개다. 2015년 이후 최초로 신규 상장 회사와 상장 폐지 회사 수가 역전됐다.
보고서는 2차 개편이 시작된 초기인 2022년 7월과 지난 4월 프라임·스탠드 시장 시가총액을 비교하면 약 21개월 동안 양 시장 시총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프라임 기장 상장 기업 수는 186개 줄었다. JPX가 시장별 질적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증권 시장을 개편하며 신규 상장·상장 유지 요건을 개선해 시장 신뢰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자본비용·주가를 의식한 자율적 경영 공시제도(한국 밸류업 공시 유사 제도)를 도입했다. 보고서는 해당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김수연 박사는 "시장 근본적인 개선 없이 밸류업 공시, 지수개발 등 정책을 추진하는 한국 접근 방법과 차이 나는 지점"이라며 "국내 시장의 구조적 문제인 상장 폐지 요건 등을 검토해야 한다. 국내 증시 활성화 핵심은 '시장의 질적 성장'에 있다"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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