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노조, 2·3일 파업출정식…"박태준 회장도 의식주는 챙겨줘"
"(잇단 화재) 직원 아닌 임원 기강 해이"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고 박태준 명예회장님이 회사를 설립하며 직원 의식주는 해결해줘야 한다면서 주택단지를 조성했다. 그런 부분에 자부심이 있었다. 박 회장님은 주식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았다. 전 경영진(최정우 전 회장)은 본인은 올리고 직원은 동결했다. 이제는 단체행동에 나설 때다."
포스코 대표 교섭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포스코노조)이 파업 시동을 걸고 있다. 현실화하면 1968년 창립 이래 노조의 첫 노동쟁의권 확보다. 김성호 위원장은 29일 <더팩트>와 전화 인터뷰에서 조합원이 경영진 무책임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포스코 노사는 최근까지 11차례 임금 교섭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8% 인상 △격려금 300% 지급 등을 요구하나 사측은 △기본급 8만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 지급 등으로 맞서고 있다.
포스코노조는 다음 달 2일 오후 6시와 3일 오후 6시 각각 경북 포항제철소 본사 앞과 전남 광양제철소 1문 앞에서 파업출정식을 연다. 노조는 지난 2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재적인원 7937명 중 72.25%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김 위원장은 "10년 차 직원이 이직을 하고 있다. 왜 이직을 할까 생각해봐라. 이제는 대기업에서 이직도 오지 않는다. 임금·복지가 좋으면 떠나겠는가. 서울로 가면 이해라도 간다. 울산과 광주, 창원으로 내려간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직이 잦은 근본 이유로 군대식 조직문화를 꼽았다. 대표적으로 '돌발 정비' 때문에 정비 직원 의욕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비 직원이 인력도 부족해 여행을 못 간다. 술 먹다가도 불려 간다. 임금도 임금이지만 원하는 것은 조직문화 개선"이라고 했다.
업황 악화와 연이은 사고 등 포스코그룹이 마주한 숙제가 산적하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습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7월 포스코 1제강공장에 이어 지난 19일 1선재공장이 폐쇄됐다. 김 위원장은 예측가능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습이나 일본 기술력 우위 등에 대응해 기술력 확보나 연구개발을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예측가능한 부분을 대응하지 않은 것은 '무능 경영' 아닌가. 폐쇄된 공장은 사실 3~4년 전부터 언급된 내용이다. 물타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일과 24일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에서 화재가 연이어 발생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26일 그룹 임원·직책자에 보낸 메일 CEO 메시지에서 "집중력이 떨어져 이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우려"라고 했다.
장 회장은 사내외 최고 수준의 안전, 설비·정비 전문가로 구성된 설비강건화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국내외 모든 제철소 사업장에 철저한 현장점검과 강건화 플랜 수립·실행 등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정비비 감축'이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직원 기강 해이라고 했다면 실망스럽다. 임원 기강 해이라고 하면 인정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비비 감축이다. 정비비를 깎으니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그룹이 안 좋은 점은 늘 보여주기식 TF를 만드는 것이다. 쥐가 나타나면 쥐부터 잡아야지 TF부터 만드는 것이 순서냐"라며 "투자할 것은 투자하고, 고칠 것은 고치고 예방정비할 것은 정비해야 화재도, 폭발도 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쟁의행위가 필요하면 주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파업 간다. 포항제철소 파트너사협회 등이 자제를 촉구한다는데 구성원이 포스코에서 퇴직한 부장이 사장으로 있는 단체다. 협력사 노동자는 응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돈이 있어야 회식도 하고 지역 식당에서 소비하지 않겠나. 이렇게 하면 지역사회도 엉망이 된다. 비상경영이라고 하면 누가 회식을 하겠나. 지역민에 사랑받지 못하면 오래가지 못한다고 본다. 포항 시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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