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통위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내년 성장률 전망치 1.9%로 낮춰
[더팩트│황원영 기자] 한국은행이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달에 이어 연속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든 한은에 시장은 예상을 뒤엎은 선택이라는 평가다. 한은이 연속해서 금리를 내린 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이다. 고환율과 가계부채 불안에도 인하를 단행한 건 그만큼 국내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우선주의 정책에 따른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28일 오전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기준금리는 연 3.00%로 마무리하게 됐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11일 열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방향전환)을 단행했다. 이어 한 달 만에 추가 인하하며 대내외 여건 변화와 경제 성장률 방어에 중점을 둔 결정을 내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속 인하한 것은 지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한은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4연속 인하를 선택했다. 이전에는 닷컴 버블과 미국 9·11 테러가 겹친 2001년 7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3연속 인하를 단행키도 했다. 두 시기 모두 글로벌 위기 상황에 따른 실물 경제 충격이 있었던 만큼 이번 인하 결정은 그야말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이달 15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3%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도 지난달 금리 인하 당시 3개월 뒤에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등 완만한 통화정책 입장을 내비쳤다.
이는 국제 정세 불안 후폭풍이 외환 시장을 뒤흔드는 데다 가계부채·부동산 불안 등의 불씨가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3일 장중 1410원을 넘어서며 2년 내 최고점을 찍었다. 이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미국과 금리차가 커져 환율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한·미 금리차는 종전 1.50%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다시 확대됐다.
그럼에도 한은이 깜짝 인하를 선택한 건 성장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0.4% 내렸다. 이에 따른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1% 증가를 기록하며 한은 전망치를 훨씬 밑돌았다. 앞서 한은은 올해 3분기 성장률을 0.5%로 전망한 바 있다.
이날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함께 발표하며 우리나라의 내년도 성장률이 1.9%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8월 전망치(2.1%)보다 0.2%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1981년 이후 한국의 성장률이 2% 미만을 기록한 건 1998년 외환위기(-5.1%),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0.7%)~2023년(1.4%) 코로나 팬데믹 시기 등 네 번 뿐이었다. 올해 전망치로는 8월 제시한 2.4%보다 낮은 2.2%를 제시했다.
한은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국내외 기관 전망보다 낮은 수치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0.3%포인트 낮춘 2.2%로 내놨다. 내년 성장률은 2.2%에서 2%로 내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눈높이는 2%로 0.1%포인트 낮췄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2.2%로, 내년 전망치는 2.0%로 제시했다.
한은은 시중에 돈을 풀어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를 활성화하고, 한국 경제의 하강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추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 공약이 내년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수출 증가세 둔화, 달러 강세-원화 약세, 원화 절하(가치하락)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이 우려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계획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에 따라 연간 수출이 450억달러 감소하고, 실질 GDP는 약 0.29~0.67%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날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1.9%로 낮춰잡았다.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상황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셰일가스 확대 정책이 유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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