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경영진 사법리스크에 우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군도 거론
깜깜이 승계작업에 업계 주목
[더팩트│황원영 기자]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이 우리금융을 뒤흔들고 있다. 검찰이 전 경영진뿐 아니라 현 경영진까지 타깃으로 하면서 그룹 수뇌부도 불안정한 상태에 빠졌다. 특히,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피의자로 적시해 은행장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22일 우리금융이 정기이사회를 개최하는 만큼 우리은행장 선임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날 이사진 간담회를 열고 이튿날 정기이사회를 연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달 말에도 사외이사가 모여 주요 현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번 이사회에서도 우리금융을 둘러싼 각종 현안을 살펴보고, 안건을 논의할 전망이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아닌 이사회 간담회지만, 임추위가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만큼 승계 논의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나온다. 부당대출 사건이 그룹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탓에 일각에서는 이사진이 조 행장 연임 여부를 포함한 차기 은행장 선임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전망한다.
조 행장은 올해 12월말 임기가 끝난다. 지난해 7월 임기를 시작한 조 행장은 기업금융 명가를 앞세워 우리은행 실적을 단기간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조5240억원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2% 오른 수준이다. 누적 영업수익은 지난해 대비 7.1% 성장한 6조611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 호실적에 힘입어 지주도 올해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초과 달성했다.
통상 은행장 첫 임기로 주어지는 2년 대비 짧은 기간 내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줬다는 평이지만 부당대출이 조 행장 발목을 잡았다.
특히 검찰이 조 행장을 피의자로 특정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앞서 지난 18일 검찰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을 전격 압수수색 했다. 은행장 사무실, 관련 부서 등을 수색하고 내부 문서와 결제 자료, 전산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행장이 부당대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데 집중하고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12조에 따르면 금융기관 임직원이 불법행위를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수사기관에 고지해야 한다. 우리은행 여신 감리 부서는 지난해 9~10월 부당 대출을 인지하고 경영진에 보고했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올해 1월에서야 자체 감사에 돌입, 금감원 요청을 받자 그제야 감사결과를 제출했다. 이에 자칫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으로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나오는 상황이다.
아울러 금융당국도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 기간을 연장하면서 전방위적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은 앞서 우리금융지주·은행 정기검사 기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부당대출 의혹 조사를 위해 지난 6월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이어 지난달부터 정기검사에 돌입했다. 당초 정기검사는 6주간 진행, 이달 15일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연장했다. 당국은 검찰 수사에 필요한 자료도 신속하게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우리금융이 조 행장 연임 리스크를 떠안을 가능성은 낮다. 검찰 수사가 수뇌부를 향한 만큼 조 행장과 나아가 임 회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차기 행장 후보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물망에 오르는 인사는 박장근 리스크관리그룹(CRO) 부행장, 유도현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이다.
우리은행 경영 승계 프로그램에 따르면 은행장 임기 한 달 전까지 행장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금융은 차기 은행장 후보군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등 비공개 승계 작업을 단행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은행장 선임 과정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앞서 임 회장은 깜깜이 경영 승계 논란을 정면돌파하고자 롱리스트와 숏리스트를 모두 공개하는 등 공개 오디션 방식을 도입했다. 심층인터뷰, 평판조회, 업무역량평가, 면접 등을 통해 숏리스트를 추리고 조 행장을 최종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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