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연이은 잡음…3분기 실적 부진·불법 리베이트 적발까지
자큐보로 실적 개선 기대감 ↑·신뢰 회복은 풀어야 할 과제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제일약품이 연이은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적 부진에 이어 불법 리베이트까지 적발된 제일약품이 자체 개발 국산 37호 신약 '자큐보정'으로 4분기 분위기 쇄신과 실적 반등에 나설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연결재무제표기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약 5180억원, 영업손실 213억원, 당기순손실 약 364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적자로 돌아갔다.
제일약품의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판매관리비(판관비) 증가가 꼽힌다. 제일약품의 3분기 누적 판관비는 1471억원으로 전년 동기 174억원 보다 13.4% 증가했다. 이 중 지난해 3억원이었던 제세공과항목은 이번해 191억원 가량 증가한 194억원을 기록했으며, 지급수수료도 254억원에서 274억원으로 증가했다.
주요 품목들의 매출도 부진했다. 제일약품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정'의 매출은 지난해 1315억원에서 1228억원으로 감소했으며, 해열·진통소염제 '쎄레브렉스 캡슐'은 369억원에서 295억원으로, 급성 위염 치료제 '넥실렌'도 70억원에서 62억원으로 하락했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판매관리비 증가와 신약 출시가 3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이 시급해진 상황이지만, 제일약품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 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억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2020년 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자사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병·의원 의료진에게 골프 접대와 숙박비, 식사 등 약 2억5000만원 상당의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제일약품은 불법 자금 출처를 감추기 위해 추적이 어려운 '상품권깡' 수법 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카드로 구매한 상품권을 사설 매입업체를 통해 현금화하고, 해당 자금을 불법 리베이트에 이용한 것이다.
이 가운데, 제일약품이 연이은 악재를 뒤로 하고 국산 37호 신약 '자큐보'로 반등에 나설 수 있을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자큐보는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 승인을 받은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약물로 지난 10월 1일 급여 출시 됐다.
P-CAB 계열 약물은 기존 프로톤펌프저해제(PPI)에 비해 약효가 빠르고 복용 편의성이 높다. PPI는 위산 분비 억제에 효과적이지만 반드시 식사 후 복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또한, P-CAB에 비해 약효가 느리고 장기 복용 시 내성이 생길 수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P-CAB이 PPI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치료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BBC 리서치는 글로벌 P-CAB 시장이 연평균 25% 이상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1조876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큐보는 지난 10월 한달간 5억3586만원의 원외 처방액을 달성했다. 일각에선 HK이노엔의 '케이캡'과 대웅제약의 '펙수클루'가 이미 국내 P-CAB 시장 내 입지가 공고한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자큐보가 무난히 시장 입성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일약품은 자큐보의 3년 목표 매출액을 1897억원으로 정했다. 제일약품은 동아에스티와 공동 판매를 통해 자큐보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자큐보가 제일약품의 실적 반등 계기가 될 순 있지만, 불법 리베이트로 얼룩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제일약품 스스로 재발 방지 대책과 철저한 내부 감사 등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제일약품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사내 교육을 진행하는 등 준법 경영 문화가 사내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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