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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꾸라지는 정운호號 네이처리퍼블릭, K뷰티 훈풍에도 '울상'

  • 경제 | 2024-11-19 00:00

1~3분기 누적 영업손실, 전년比 23배↑…자본잠식 상태 악화
해외 매장·국내 관광지 매장 운영에도 전 채널 매출액 감소


지난 2020년부터 정운호 대표가 복귀해 이끌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이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 43억원을 기록하면서 연간 적자전환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 /더팩트 DB
지난 2020년부터 정운호 대표가 복귀해 이끌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이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 43억원을 기록하면서 연간 적자전환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 /더팩트 DB

[더팩트|우지수 기자] 정운호 대표이사가 이끄는 네이처리퍼블릭이 다시 연간 영업이익 적자 위기를 맞았다. 올해 1~3분기 누적 사업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눈에 띄게 하락하면서다. 이 기간 네이처리퍼블릭 매출액은 5분의 1만큼 줄었고 영업손실 규모는 23배 가까이 불어났다. 지난 2020년 경영에 복귀한 정 대표가 글로벌 K뷰티 열풍에 올라타기 위해 해외 마케팅을 펼치고 국내 주요 관광상권 매장을 운영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체질 개선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3분기 16억원 영업손실을 내면서 지난해 3분기 대비 적자 규모가 4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7% 줄어든 250억원을 기록했다. 1~3분기 누적 영업실적으로 비교하면 적자는 더 크게 불어난다. 이 회사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배 많은 43억원이다. 매출액 경우 19% 감소한 870억원으로 집계됐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 동안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긴 적자가 시작된 2016년에는 조성호 대표이사가 원정도박과 법조 비리 사건에 휘말리며 오너 리스크도 발생했다. 정 대표는 3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 받고 지난 2019년 12월 출소한 뒤 3개월 만에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정 대표는 올해 3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네이처리퍼블릭 주식 73.49%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정 대표는 지난 2022년부터 이듬해인 2023년까지 네이처리퍼블릭 영업이익 적자 고리를 잠깐 끊어냈다. 이 기간 영업이익 5억7000만원을 기록했고, 매출액도 연간 1400억원대까지 개선했지만 올해 실적이 다시 고꾸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 화장품은 북미, 유럽, 중동,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인기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화장품 수출은 월 기준 역대 최고치 10억3700만달러(약 1조447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수치다. 지난 9월 사상 최초 월간 9억달러(약 1조2560억원) 화장품 수출을 당성한 후 한 달 만에 월 최대 수출액 기록을 경신했다.

네이처리퍼블릭도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감지하고 해외 마케팅을 강화했지만 사업 실적까지 이어지지 않은 분위기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세계 최대 쇼핑몰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몰에 매장을 열고 미국 코스트코 오프라인 채널에 제품을 입점했다. 몽골과 필리핀에서도 현지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고객 접점을 넓히고자 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해외 시장 마케팅을 강화하고 국내 주요 관광지 매장을 운영하는 등 K뷰티 경쟁력을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음에도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3배가량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시 종로구 네이처리퍼블릭 북촌점 앞에 앉아 있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우지수 기자
네이처리퍼블릭이 해외 시장 마케팅을 강화하고 국내 주요 관광지 매장을 운영하는 등 K뷰티 경쟁력을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음에도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3배가량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시 종로구 네이처리퍼블릭 북촌점 앞에 앉아 있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우지수 기자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네이처리퍼블릭의 해외 시장 매출액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이 회사의 올해 1~3분기 누적 해외 매출액은 34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 줄었다.

해외 시장 외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서울 성수동과 명동, 북촌, 이태원, 홍대 등 주요 관광지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올해 국내 시장 매출액이 감소했다. 이 회사의 올해 1~3분기 누적 국내 오프라인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감소한 420억원, 국내 온라인 매출액은 12% 후퇴한 112억원을 달성했다.

상품 품목별 매출액도 대부분 역성장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올해 3분기 화장품 부문별(△스킨케어 △팩·마스크 △바디·헤어 △클렌징 △선케어 △포인트메이크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매출액보다 모두 낮았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으로 비교했을 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높은 부문은 포인트 메이크업 제품군이 유일하다.

이와 관련,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고, 많은 브랜드 제품들이 우상향하고 있다"며 "브랜드에 어울리는 시장으로 진출하지 못하거나, 현지 시장에 맞는 제품 개발이 부족하다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뚜렷한 성과가 없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3분기 기준 이익결손금 규모도 100억원을 넘어섰다. 이익결손금은 이익잉여금(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순이익의 누적치)이 마이너스(-)인 상태다. 이익결손금이 발생했다는 것은 회사가 이익을 내지 못하고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부터 100억원을 돌파한 이익결손금을 지난해 말 약 75억원까지 줄였지만 올해 들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이익결손금 누적이 길어지면 회사는 자본보다 부채가 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2022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며 올해 3분기 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61억원이다. 지난해 말보다 27억원가량 악화됐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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