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요청 무시한 채 무단 점유
회사 자산 '사유화' 논란 지속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용환·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문은혜·이성락·김태환·황준익·이한림·이중삼·오승혁·최의종·이선영·우지수·이라진·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이선영 기자] 가을과 겨울 사이 11월, 어느덧 중순을 넘어서면서 마지막 단풍도 지고 기온이 뚝 떨어지고 있는데요. 때 이른 크리스마스 장식이 드문드문 보이고 들어서는 곳에 캐롤이 기분 좋게 흘러나오며 다가오는 12월을 반기는 모습입니다. 쌀쌀해진 날씨에도 경제 시계는 분주히 흘러갔는데요.
먼저 재계에서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재벌가 사모님들의 봉사 모임'으로 알려진 미래회 이야기를 전합니다. <더팩트> 취재진은 노 관장이 참석한 미래회의 비공개 모임 현장에 다녀왔는데요. 그동안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미래회 모임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래회 모임이 이뤄진 장소는 서울 장충동의 SKT 연구소였습니다. 과거 SKT와 협업한 노 관장, 아트센터 나비가 '연구소를 돌려달라'는 SKT 요청을 무시한 채 무단 점유하고 있는 것도 문제인데, SKT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미래회가 SKT 연구소를 자기집 안방처럼 활용하는 건 심각한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부영의 전권을 쥐고 있는 이중근 회장이 당장 2세 경영 승계를 염두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가 재계 안팎에서 흘러 나오는데요.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후 2세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현재까지는 완벽하게 빗나간 예측인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해 주목받았습니다. 올해 연말까지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야 했던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도 신규 투자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정용진 회장의 리더십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따릅니다.
◆ 노소영·미래회 '사교장' 된 장충동 SKT 연구소
-먼저 재계에서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재벌가 사모님들의 봉사 모임'으로 알려진 미래회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노 관장이 참석한 미래회의 비공개 모임 현장에 다녀왔다면서요.
-미래회는 지난 11일 인공지능(AI)과 관련한 강의를 듣고 회원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그간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미래회 모임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번 모임을 통해 노 관장과 함께 어떠한 인물이 미래회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어떤 분들을 만났나요?
-재력가의 여성들이 이날 미래회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이름을 밝힐 수 있는 인물은 김흥남 전 미래회 회장인데요. 김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악성댓글(악플) 부대를 만들어 노 관장과 이혼 소송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향한 악플을 조직적으로 달다 덜미를 잡혔고, 미래회가 조직적으로 노 관장의 개인 문제와 관련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인물입니다. 김 전 회장은 허위사실 유포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는데, 이러한 논란을 일으켰음에도 여전히 미래회 주축 멤버로 활동하는 모습이네요.
-이런 설명을 들으니, 미래회가 단순한 봉사 모임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그렇죠. 일반적인 봉사단체 회원이라면 모임에 참석하면서 발레파킹 등의 의전을 받진 않았을 텐데요. 이는 이날 모임에 참석한 박지영 씨의 이야기입니다. 노태우 정권 시절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의 딸인 박 씨는 현 미래회의 실질적인 회장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박 씨가 탄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G바겐) 차량이 모임 장소에 도착하자 건물 내부에 있던 직원이 뛰쳐나와 90도 인사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현재 미래회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조직인 하나회와 같이 노 관장을 중심으로 세력화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박 씨가 등장하는 모습을 통해 이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네요.
-이날 모임의 목적은 무엇이죠?
-앞서 말씀드렸듯 AI 강의를 듣기 위함입니다. 카이스트 교수를 학교 외 장소로 따로 불러 AI 공부방을 만든 모습을 보며 '재벌가 사모님들의 특별한 교양 수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요. 최고급 물품 판매 회사를 운영 중인 미래회 회원 A 씨는 <더팩트> 취재진에게 "저희가 과거 SK텔레콤(SKT)과 협업했는데, 그 연장선에서 AI 강의를 듣는 것이다. 요즘 AI에 대한 관심이 많다 보니 좋은 의미로 강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의 말이 쉽게 이해되진 않네요.
-이날 미래회 모임이 이뤄진 장소는 서울 장충동의 SKT 연구소였습니다. 노 관장은 이곳을 '타작마당'이라 칭했고, 과거 타작마당에서는 아트센터 나비와 SKT의 디지털 아트 등 다양한 협업이 이뤄졌는데요. SKT와 관련이 있는 곳이니, 이곳에서 SKT의 주요 사업인 AI에 대해 재벌가 사모님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는 설명으로, 사실상 궤변에 가깝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장충동 SKT 연구소에서 SKT 직원은 모두 쫓겨난 상태로, 노 관장은 이곳을 회사와 관계없는 개인적 용도로 무단 점유하고 있죠.
-SKT 소유 건물이라면, 미래회가 이곳을 모임 장소로 활용하면 부적절한 것 아닌가요.
-그 문제점을 들여다보고자 미래회 모임 취재에 나선 것입니다. 개인이 회사 자산을 사실상 사유화한 부조리 사례인데요. 과거 SKT와 협업한 노 관장, 아트센터 나비가 '연구소를 돌려달라'는 SKT 요청을 무시한 채 무단 점유하고 있는 것도 문제인데, SKT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미래회가 SKT 연구소를 자기집 안방처럼 활용하는 건 심각한 사안입니다. 이날 미래회 측 관계자는 '왜 미래회 모임이 SKT 소유 건물에서 열리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노 관장은 해당 논란과 관련한 <더팩트>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직접 거절 의사를 밝혔죠.
-미래회의 A 씨가 과거 SKT와 협업한 사실을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아트센터 나비와 미래회가 사실상 한 몸이라는 추측도 고개를 듭니다. 아무쪼록 시대가 바뀐 만큼, 재력가가 회사 자산을 마치 개인의 것처럼 사적 활용하는 일이 벌어지진 않았으면 하네요. SKT 입장에서는 노 관장으로부터 장충동 연구소를 하루빨리 돌려받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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